(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로스앤젤레스시의 전직 시장과 시의원들이 기념비적인 도심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능력 유무를 간과한 채 정치적으로 연관있던 사업자를 선정한 뒤 상당한 공적 자금을 지원했으나 결국 개발 사업이 중단되고 개발지역은 범죄의 소굴로 전락해 말썽을 빚고 있다.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당시 제임스 한 LA시장은 흑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볼드윈힐스 기슭의 20에이커 부지에 있는 50년 된 낡은 상가들을 허물고 고급 상가와 콘도, 저소득 노인용 아파트 등이 들어서게 함으로써 도심 재개발의 모델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샌타바버라 플라자'로 이름붙여진 이 사업은 시 당국이 1천5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키로 하는 등 모두 1억7천만 달러 규모로 추진됐지만 현재 이곳은 새로운 상가는 찾아볼 수 없고, 기존에 운영되던 상가들도 거의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주차장은 잡초가 무성한 `상업 슬럼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선출직 시장과 시의원의 대표적인 실패작이 되고 만 이 개발사업이 비뚤어지게 된 것은 자신들과 정치적으로 연결될 무능력한 개발업자를 선정하면서 비롯됐다.
시는 처음에 농구스타 출신으로 사업가로 변신한 어빈 매직 존슨에게 사업을 맡을 것을 제안했지만 존슨은 이 곳에 소매상들을 끌어들일 자신이 없다며 손 사레를 쳤고, 저소득층 주택 개발로 성공한 크리스토퍼 해먼드가 끼어들었던 것.
시장과 시의원들은 고급 쇼핑센터와 보안이 잘 되는 주택단지를 짓겠다는 사업계획을 내놓은 해먼드를 반겼고, 이지역 출신 시의원이면서 지금은 주 상원의원인 마크 리들리-토머스, 그리고 토머스의 시의원 자리를 이어받은 버나드 파크스가 각각 해먼드를 보증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시 해먼드는 신용불량 상태에 있는 등 재정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시장 등은 그의 실현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결국 부지 구입을 위해 연방 정부에서 850만 달러가 지원됐지만 해먼드는 3동의 쇼핑센터 가운데 1동만 건설했고, 이 마저도 일부는 건축자재로 덮여있는 상태다.
법원 자료 등을 보면 해먼드는 2003년초까지 부지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2005년까지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당시 시의 보조금 700만 달러와 개인 투자자 200명으로부터 3천만 달러를 거둬 부지를 사들였으나 그 사이에 LA지역 상업용지는 평균 40%가량 뛰었고, 해먼드는 평가액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은 해먼드를 상대로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는데, 지금까지 빚진 총액이 이자 등을 포함해 4천200만 달러에 이르고 주 건설 계약사인 S.C.앤더슨이 지난해 9월 철수하면서 모든 작업이 중단되자 캘리포니아주 재무국은 연방 보조금 1천700만 달러 지원계획을 백지화한 상태다.
또 로라 칙 시 조정관의 최후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 시장과 시의회는 재개발을 승인했으며, 그동안 공적 자금이 지원되는 과정에서 LA시 공무원들은 거의 원칙을 외면한 채 확인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관련 서류를 분실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이제 재개발 예정지는 범죄의 소굴이 됨으로써 자녀를 위험에 빠뜨리는 곳으로 변질했다며 황폐해진 이곳에 펜스를 치도록 요구하면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주민위원회의 라크 갤러웨이-길리엄 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선출직 인사들의 무책임한 처신으로 인해 상당한 세금만 축낸 채 주거.상업 환경을 훼손한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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