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장벽 높아져.."지구는 이제 평평하지 않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글로벌화로 내달리던 세계가 새로운 내셔널리즘(민족주의.국가주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국가간 경계와 무역 장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화의 행진이 진행된 이후 이제는 각 국이 장벽을 높이고 나서는 '신(新) 내셔널리즘'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05년 '세계는 평평하다'며 세계의 글로벌화를 천명했으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각 국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와 남미, 러시아는 금융위기 속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도움을 받아 살아났고 미국은 새로운 국제무역협상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화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투자에 대한 국가간 장벽이 높아지고 석유와 가스를 중심으로 국영 기업들이 확대되는가 하면 이민에 대한 규제도 미국에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강화되고 있다.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국부펀드의 확산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들에 자금을 대고 있고 이제는 부동산 구입 사냥에도 나설 태세다.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정부의 규제가 없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퇴색해 이제는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할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강화할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권 도전에 나선 후보들 역시 금융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또한 글로벌화로 타격을 받은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정부의 프로그램 강화를 지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식량가격 급등이 정부로 하여금 쌀 수출 통제 새로운 수출 장벽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가간 경계가 없는 글로벌화의 촉매가 됐던 인터넷에서도 국가들의 장벽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러시아와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압력에 따라 이들 국가와 각국의 고유 언어로 운영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해당 국가의 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편리하게 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이를 볼 수 있는 것에는 장벽이 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팀 우 교수는 "글로벌 인터넷의 국가 간 분할주의 시대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신 내셔널리즘에 들어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오직 각 국에 의해 다뤄질 수 밖에 없는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가 커진데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부유해진 각 국이 베네수엘라가 정유시설을 국유화하거나 러시아가 서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위협하는 것에서 보이듯 자신들의 힘을 갈수록 강조하고 있는 것 등으로 그 이유를 분석했다.
국가 권력의 강화는 또 전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문제도 서로 다른 입장 속에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의 마이클 클라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 내셔널리즘이 오래 갈 수 있다"면서 "각 국의 이해관계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작용해 국제적인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대니얼 예르긴은 "평탄한 글로벌화의 시대가 분명히 지났다"면서 국가 권력이 자신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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