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4.9총선에서 낙선한 통합민주당의 386 대표주자들이 최근 두문불출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중앙정치의 핵심에 섰던 이들이 세력별 모임이나 당 주최 낙선자 모임을 외면하고 차분히 '야인'의 길을 걸을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28일 김효석 원내대표가 주최한 낙선자 오찬 모임에 당초 30여 명의 낙선자가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19명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386 낙선자는 우원식 의원 한명에 불과할 정도로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들이 비공식, 공식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번 뿐만 아니다. 386의원들의 '맏형'격인 신계륜 전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주도한 모임에도 임종석, 우상호 의원이 불참했다. 이인영, 정봉주 의원은 참석했지만 인사만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당내 운동권 출신의 중진격인 유인태 의원이 지난 15일 당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주최한 모임도 2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386의원들이 대거 불참, 7명 정도의 소모임에 그쳤다.
이 같은 조용한 모습은 향후 행보를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계륜 전 총장과 유인태 의원 등은 당내 진로모색 등에 적극 나서려 하지만 386 대표그룹 중 상당수의 움직임은 둔하다.
참여정부 시절 이들이 당의 중요한 고비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세력을 형성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데 따른 책임을 일정부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국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외부활동보다는 차분히 자성하면서 내공을 기르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
중앙정치에 무게 중심을 둔 나머지 지역구 닦기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받은 만큼 4년 후를 대비해 지역관리에 공을 들여야 하는 점도 '여의도 정치'와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386의원은 "잠시 여의도를 벗어나 낙선 의미를 살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국민이 '새로운 각오와 비전, 능력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준 셈으로 이 기회에 국민의 요구를 받아 자기모색을 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여의도 정치를 다시 모색하는 데 대한 언론의 관심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각종 모임 계획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386의원들이 대거 불참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부담으로 한 모임에 불참한 의원은 "낙선 의원들이 모이면 언론이 전당대회 이야기를 나눈다고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그런 기사가 나가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386의원들은 임시국회가 열리면 잠시 여의도로 복귀해야 하고, 이번 총선결과 당 전력이 상당히 약화된 만큼 전열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론도 당 안팎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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