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그들은 종교의 이름 아래 여성을 학살한 뒤 `명예살인'이라 부른다"
무장세력이 판치는 이라크에서 참수, 강간, 성기훼손, 인신매매, 아동학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명예살인'이다.
17세의 란드 압델-콰데르는 이라크에 파병된 영국 군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지난달 아버지의 손에 난자당해 목숨을 잃었다.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뜬 19세의 쇼보 알리 라우프는 시집식구들에게 끌려가 7발의 총알이 몸에 밖힌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슬람의 복장 규정을 위반해 살해당하는 여성들은 바스라시에서만 매달 평균 15명에 달한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들은 이 수치가 추정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예살인은 규정조차 명확하지 않아 종교가 같은 무슬림 남성과 교제하는 여성 역시 얼마든지 덫에 걸릴 수 있다.
작년 4월 니네베 지역에서는 야지디족 남성 2천명이 모여 17세의 두아 카릴 아스와드가 다른 종족의 청년을 만났다며 돌로 쳐죽였다.
그녀의 시신은 휴대전화 사진을 통해 온라인 공간에 공개된 뒤 종족간 폭력사태를 초래했고 이에 격앙된 국제사회는 `악습 철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명예살인은 여전히 도처에 존재한다.
아스와드의 아버지는 당시 처형에 참여했던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정당한 심판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가족들이 추방됐다고 말했다.
"내 딸은 무슬림과 교제했고 아무 잘못도 없었다"고 입을 연 카릴 아스와드는 자신의 형제를 비롯한 종족 구성원들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해 딸을 지켜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딸을 죽인 범죄자들은 자유롭게 활개치고 있다"며 "명예살인은 분명 살인이자 야만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아스와드의 사망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설립된 쿠르드 내무부는 인구 1백만명이 거주하는 술래이마니아시에서 지난해 "가족 문제"로 협박 및 구타, 살해당한 사례가 407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쿠르드족 출신의 나르민 오스만 의원은 최근 명예살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근본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라크내 활동가들은 명예살인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정부로 인해 수천명의 여성들이 법률과 관습, 종교에 의해 보장받는 살인과 폭력, 강간의 위협에 노출됐다며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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