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1년새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현대미술 메카인 다산쯔(大山子) 798지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이미 베이징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798지역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보도를 까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등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아트사이드가 1년전 798지역 초입에 개관한 아트싸이드 베이징은 지리적인 이점까지 있어 주말인 26일(현지시간) 중국인, 한국인, 서양인 등 전세계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 한효석(36)씨는 "제 작품을 본 전세계 관람객들의 반응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피부색 등에 의한 편견을 제거하려는 듯 인간의 얼굴에서 외피를 제거한 다소 충격적인 회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맞은편에는 대형 공장 건물을 연상시키는 798갤러리가 있는데 다양한 미술품을 대량 판매해 상설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들러 작품을 구매하는 다양한 피부색의 관람객들이 눈길을 끈다.
걸어서 5분 거리에는 벨기에 출신의 컬렉터인 가이 울렌스가 작년 11월 설립한 울렌스 현대미술 센터(UCCA)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798지역에는 수많은 갤러리와 카페들이 골목 골목을 따라 이어져있다.
중국의 미술시장이 급격히 확장하면서 규모는 798지역에 못 미치지만 다양한 성격의 예술거리도 베이징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이미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 한국 화랑이 진출한 차오창디(草場地)나 지우창(酒廠)와 함께 바이쯔완(百子灣)로 등에도 현대적인 예술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바이쯔완로의 예술거리는 미술 애호가인 부동산 부자가 설립한 '투데이 아트 뮤지엄' 뒤에 조성됐으며 화랑과 작가 작업실 용도의 고층 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한창 분양을 진행중이다.
이는 무엇보다 미술시장이 활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술시장 규모가 4천억원 수준인데 비해 중국은 4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술 평론가인 최병식(54) 경희대 교수는 "중국 미술 시장의 급성장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사례"라며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부동산 재벌이나 기업들의 미술 시장 진출과 미술품에 대한 높은 관심도 등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지의 높은 미술 열기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업 비용 등에 힘입어 현지 작가 작업실에도 외국인들이 진출하고 있다.
아트사이드의 경우 베이징 도심지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문화예술구역에 약 8개월전부터 입주작가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장 건물처럼 보이는 각각의 작업실이 마치 대형 공단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허름한 이 예술구 작업실에는 중국의 유명 작가중 한 명인 예용칭(葉永靑.50)도 입주해 있다고 한다.
아트사이드의 작가 작업실에는 현재 일본인 작가인 고바야시 히로시(42)씨가 입주해있다.
첫 입주 작가는 주사기에 담은 물감을 캔버스위에 점점이 찍어 독특한 조형 언어를 펼치는 한국 작가 윤종석(38)씨.
그가 이곳에서 작업해 출품한 4점의 작품은 베이징 중국세계무역센터(CWTC)에서 진행중인 아트페어 중국국제화랑박람회(CIGE)에서 모두 팔렸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39) 등의 작품도 28일까지 열리는 이 아트페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로 5회째인 이번 CIGE에는 학고재, 금산갤러리, 표갤러리, 선화랑, 샘터화랑 등 10개의 한국 화랑이 참여했고 박서보 화백의 개인 부스 등도 마련됐다.
5회 때부터 CIGE 전시 기획에 참여해온 왕이한(王一涵.32) 총감독은 "세계적인 경기 하강이 중국의 미술시장에 조금 영향을 줄수는 있지만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CIGE의 판매액은 매년 거의 100%씩 성장했고 올해 역시 증가세를 예상한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CIGE의 지난해 미술품 판매액은 약 2억위안(239억원) 규모였다.
미술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는데 발맞춰 새로운 화랑의 역할을 모색해온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아시아 전체적으로 미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사이드는 유명 중국작가인 장샤오강, 웬민쥔 등 11명의 저작권을 2011년까지 획득해 이들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개발한 공책 등 아트상품을 다산쯔 등 현지에서 팔고있는데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설명 = 다산쯔 798지역내 보도 공사를 개의치 않고 부지런하게 다니는 관광객들. 아트페어처럼 미술품을 팔고 있는 다산쯔798지역내 갤러리. CIGE의 총감독인 왕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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