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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1년 365일 거무칙칙했던 베이징의 하늘이 맑아졌고 사회간접자본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됐으며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8년 전 한국을 떠나 베이징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27일 "주변 친구들이 폐질환으로 쓰러져 가는 것을 보고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잠을 못이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베이징시가 지난 2002년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착수하면서 중국의 수도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베이징을 찾는 한국인들은 한결 같이 '상전벽해'라고 소감을 피력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베이징 시내 전역은 아파트마다 석탄으로 겨울철 난방을 했다. 곳곳에서 이산화탄소 냄새로 구토가 나오고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대부분 천연가스로 교체했다.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천연가스 사용량은 지난 1998년 400만㎥에서 2006년 3천800만㎥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천연가스 사용량이 4천700만㎥로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스모그로 가득 찼던 베이징의 공기는 너무나 맑아졌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향해 대포를 쏘고 항공기를 보내 인공강우를 쏟아부었다.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도 눈부시다. 2002년 이후 베이징시 전역에는 60㎞의 철로망이 확충됐다. 중국 건국 이후 깔린 것의 거의 배에 달하는 철로망이 불과 최근 몇 년 만에 새로 가설된 것이다. 베이징 시민 100가구당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95.7가구로 거의 대부분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전송 속도는 세계 최저 수준이며 콘텐츠 통제 수준은 세계 최고다.
중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중국 기관이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 팩스 내용을 도감청하는 것은 물론 은밀한 사생활까지 감시하고 기록하며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베이징시의 하드웨어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하지만 민관의 문화수준이나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세계 최고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국의 교통문화가 세계 최고 후진국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신호등 체계가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들이 속출하며 고속도로에서 후진하는 차들이 직진하는 차들을 위협하고 있다.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 문이 열리면 쓰레기와 가래침이 튀어 나오고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주민이나 갓길을 주행하는 고위층 차량이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는 등 교통문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티베트 분리독립 시위와 올림픽 성화 봉송 저지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가 '빗나간' 민족주의에 젖어들면서 베이징 시내에서는 외국인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대문화가 자행되고 있다. CNN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외국언론 전체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특히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 언론을 추종하고 있다"고 매도하고 있다.
중국 경찰은 한국 교민과 베이징 시민 사이에 아주 사소한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인에게 100% 책임을 부과하고 거액 보상을 요구하며 위압적인 태도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무기력한 주중 한국대사관 외교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 땅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을 잊은 듯 한국 교민 보호에 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한국 교민들을 질책하고 있다.
과연 아시아의 대국인 중국이 세계 시민들의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을 주최할 포용성이 있으며 한국 정부가 중국에서 제대로 외교를 하고 있는 지 여부를 의심케 하는 모습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이 엉뚱한 민족주의로 무장한 채 국제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이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아주 '이상한'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중국은 '죽의 장막'을 걷고 개혁개방에 나선 지 30년을 맞는 올해를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는 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문명의 중심국이라는 문화적 자부심이 너무나 강한 중국 사람들은 근대시대 서구세력이 반(半)식민통치를 자행하면서 받았던 굴욕과 수모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미국의 경기침체를 바라보면서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 세계에 과시해 보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최근 티베트 시위사태나 올림픽 성화봉송 논란에서 보여지 듯 인해전술 시위나 관영언론의 선전, 전방위 외교전을 통해 서구 선진국들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분리독립 요구에 동조하는 듯한 국가나 도시, 기업, 인사들에 대해서는 외교관계 악화나 불매운동, 교류 중단 등을 위협하며 보복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티베트 분리독립 요구 시위나 성화 봉송 저지 사태가 없었더라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적 위상을 전 세계에 선양하면서 미국에 맞서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앞으로 100년간 고수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했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의 전략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애초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세계 각국 200명의 정상을 참석시키는 것으로 전 세계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ysk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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