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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를 거부한 것은 `애초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이긴 하나 매우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요술은 걷어치워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 자체를 `반통일 골동품'으로 폄하하고 이 대통령에 대해 `일자무식쟁이', `정치몽유병환자', `얼뜨기' 등의 거칠고도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국영 언론매체를 통해 전달되곤 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으로 미뤄 볼 때 이는 비록 노동신문의 논평이라도 연락사무소에 대한 평양의 정리된 입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 도중 서울과 평양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를 전격 제안했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남북한이 위기 상황이 있을 때마다 간헐적으로 접촉하는 것보다는 정례적인 대화를 위해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연락사무소의 책임자는 남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구체성을 갖춘 첫 대북 제안을 내놓았던 셈이다. 한반도 전문가 초청 조찬간담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화해야 할 상대'라고 지칭하며 남북의 실질적인 대화 재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도 넘게 장고하던 북한이 듣기에도 섬뜩한 막말들을 써가며 그의 제안을 내쳤으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노동신문의 지적대로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는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남조선의 선임자들이 북남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만들고 분열을 영구화하기 위한 방패로 들고 나왔다가 ...오물장에 처박힌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서로 이해가 다른 집단이 뭔가 일을 함께 도모하려면 우선 만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남북관계처럼 얽히고설킨 게 많을수록 더 그렇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이 20년이 다 돼 가는데도 `분단 영구화' 운운하며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을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과거 동서독도 1972년 기본조약 제8조에서 `상주대표부' 설치에 합의했고 1974년 상주대표부 대표 신임장 제정을 통해 접촉선 및 대화 채널을 확보한 끝에 결국 통일을 이뤄내지 않았던가. 북한이 진정 통일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연락사무소 교환부터 수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가 대북 전략 차원의 제안이 아닌 만큼 북측의 거부에 일희일비할 필요없다는 정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행여나 우리 내부에서 `북남 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라는 노동신문의 억지 논리에 말려 남남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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