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정부가 25일 남북교류 행사에 참석하려는 민간 인사 8명의 방북을 불허하면서 `햇볕정책 10년'과 다른 길을 가려는 현 정부 정책 기조가 민간 교류에도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25일 금강산에서 26~28일 열리는 제5차 남북청년학생단체 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42명 중 한국청년단체협의회 관계자 6명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관계자 2명 등 총 8명에 대해 방북 불허결정을 내렸다.
통일부 측은 이들 8명의 경우 이적단체 구성원이거나 국가보안법 등 위반으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들로,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또는 공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는 방북을 불허할 수 있다'는 현행법에 따라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불허 결정이 내부 지침에 근거해 관련 기관과의 협의 하에 내려진 것으로,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통일부 측은 밝혔다. 방북 승인은 통일부 장관의 권한이지만 통상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의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유관 부처의 `방북불가' 의견이 참고 사항 정도로 넘어간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눈에 띄는 변화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지않다.
실제로 이번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민간 교류를 위한 방북 신청에 대해 허용 및 불허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통일부는 방북 허가를 할 때 당시의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했다. 참여정부때는 북한 핵실험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기준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국정원 등 유관기관이 반대하는 인사에게 방북이 허용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나아가 2005년 5월 당시 한총련 의장이던 송효원씨의 방북을 허용하면서 "송씨가 한총련 의장 자격이 아닌 홍익대 대표로 참석한 것"이라고 `변호성' 설명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8명에 대한 방북 불허는 새 대북정책을 내건 이명박 정부가 민간 교류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기준에 걸리는 이들의 방북은 엄격히 통제할 것임을 예고하는 사례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른 일각에선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북 당국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북 측이 자신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단체들과 선별적으로 교류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터에 방북한 남측 민간 단체 관계자들이 북측의 대남 비방 활동 등에 동원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이번 결정에 알게 모르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약간 다른 시각에서 현재 통일부가 유연성을 발휘하기 지극히 어려운 상황 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출범 직전 폐지 위기를 겪은 통일부의 취약한 입지를 감안할때 다른 유관기관의 방북 불허 의견이 있을 경우 그에 반한 결정을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인 것이다.
어쨌든 정부의 이번 조치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남북 당국간 갈등 국면이 해소될 때까지 민간의 남북 교류도 지난 정부 시절에 비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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