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불출마 조건' 의도에 촉각
"낙선한 우리 후보 생각도 좀 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안용수 기자 = 한나라당 주류는 25일 박근혜 전 대표가 7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내걸고 탈당한 친박(親朴) 인사들의 일괄 복당을 요구한 데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당권 포기를 일종의 `협상 조건'으로 내세운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해석을 내놓으면서 진의 파악에 몰두하는 분위기였다.
강재섭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얘기가 있지 않느냐"면서 "내 입장은 충분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적어도 자신의 임기 내에는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박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묵묵부답'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규 제1사무부총장은 "박 전 대표가 7월 전대 불출마를 얘기한 것을 보니 복당을 안 시켜주는 이유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한나라당이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것을 우려해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다"면서 "강 대표는 총선 때부터 계속 복당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한 만큼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 없다'는 입장일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우리 후보 생각도 조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인사는 "양정례, 서청원 같은 사람은 한나라당과 관계도 없는데 어떻게 일괄 복당을 시키느냐. 민주당에서 탈당한 사람도 이번에 함께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냐"며 박 전 대표의 요구를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7월 전대 불출마 발언에 대해서도 "친박이 엄연한 계파로서 결집해 활동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표 출마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친박 인사들이 당으로 들어올 경우 박 전 대표가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내보내고 계파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도 "우선 친박 연대는 정당이니 복당이 불가능하고 친박 무소속의 경우에도 지금 복당하면 당이 더 시끄러울 수 있다"면서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를 이끌어온 남경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요구에 대해 "당황스럽다. 무슨 말씀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탈당까지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요구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 주류측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대 불출마와 친박 복당을 연계한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나는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한 발언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탈당까지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당의 책임있는 지도자가 친박연대를 감싸면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대목을 보면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주장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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