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서울페스티벌 안은미 총감독의 팔색무도회 초청장 =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춤꾼이자 안무가인 안은미. 그는 좀 '튀는' 인물이다. 외모부터 티가 난다. 머리는 밀고 다니며 의상은 파격적이다. 흥이 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건 몸짓으로 풀어낸다. 튀지만 재미있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에 안은미가 평소 공연무대 위에서 발산하던 끼와 흥을 다른 곳에서 푼다. 서울광장과 서울 한복판의 경복궁ㆍ경희궁ㆍ창덕궁ㆍ창경궁ㆍ덕수궁 등 5개 궁, 그리고 청계천에서다. 이번에는 자기의 끼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서울 시민 모두의 몸 속에 이런저런 이유로 눌려 있는 끼와 신명을 한꺼번에 토해 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의 총감독으로서다. 이제 곧 핑크빛 봄바람이 인다.
"의자에 앉아서 보는 관람형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 하면 역시 춤이라는 게 있어야 하고 그래야 일탈도 오죠. 시민들이 직접 춤을 추도록 할 거예요. 저도 그렇고, 춤을 가르쳐 주는 팀이 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아주 쉬운 춤이죠. 춤을 추다 보면 낯선 사람을 만나서 하나가 될 거예요. 축제를 통해 좋은 짝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안은미는 이번 축제를 철저히 참여형 축제로 만든단다. 모든 시민들이 다 큰길에 나와 마음껏 즐긴다는 뜻을 나타내는 만민대로락(萬民大路樂)이라는 이름의 종로길 퍼레이드. 또 서울광장에 만들어지는 가상의 궁 '오월의 궁'에서 벌어지는 팔색무도회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5월4일부터 11일까지의 봄축제기간 중 오월의 궁 앞에서 펼쳐지는 팔색무도회는 시민 여러분들을 '춤의 왕'과 '춤의 여왕'으로 만들어 드리려고 준비한 프로그램이에요. 매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요. 여러분의 (가상의) 궁전에서 이뤄지는 거거든요. 꼭 나오셔서 춤도 배우시고, 추시고 스트레스 풀어보세요. 봄축제 로고댄스인 '봄바람춤'은 서울광장에만 오면 하루 종일 출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상의 궁전은 축제를 준비해온 사람들이 생각해낸 기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이번 축제의 주무대는 다섯 개 궁이다. 예를 들어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5월 3일 '세종, 용상에 오르다'라는 타이틀의 드라마와 퍼포먼스로 새롭게 탄생시킨 세종대왕 즉위식이 있다. 잡귀와 부정을 씻는 의식인 대나의와 40여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태평군무 등이 선을 보인다. 또 창덕궁 인정전에서는 5월 5일과 6일 '천년만세'라는 이름으로 정악과 민속악 명인들의 공연이 있게 된다. 덕수궁에서는 가족음악회, 경희궁에서는 뮤지컬 '명성황후' 공연이, 창경궁에서는 마당극, 무예 시연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궁은 문화재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노는 데' 한계가 있다.
"궁 안에서는 마음대로 뭘 못하는 거예요. 축제를 활기차게 할 수가 없어요. 의자도 함부로 못 놓고... 그래서 궁이 가지고 있는 열기가 밖으로 발산되기 어렵게 돼 있어요. 한마디로 엉뚱한 짓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궁을 짓자고 한 거죠. 그래서 서울 광장에 '오월의 궁'이라는 디지털궁을 짓게 된 겁니다."
디지털궁은 매일 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만들어진다. 서울광장 하늘에는 핑크빛 구름이 생기고 사방에는 워터커튼이 드리워지면서 큰 기둥 위에서는 물이 떨어져내린다.
"공공미술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진짜 궁 같은 (가상)건물이 들어서는 거예요. 경복궁이나 창경궁 같은 데서 놀지 못하는 대신 디지털궁 안에서 놀게 되요. 시민들의 놀이터죠. 그 안에서 춤도 추고, 공연도 보고. 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그러는 거죠."
안은미가 참여형 축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퍼레이드다.
"5월 4일 오후 5시부터 종묘에서 출발해서 서울광장까지 대대적인 거리 퍼레이드가 있어요. 차는 두고 나와서 같이 걸으시면 건강에도 좋고, 추억도 되고. 가족도 함께 나오시고... 색깔은 핑크예요. 아무 거나 (핑크색으로) 얹어서(입거나, 쓰거나, 바르거나, 달거나) 나오세요. 공연을 보는 퍼레이드가 아니라 누구나가 다 탈도 써보고 왕이 된 듯한 느낌의 의상쇼도 한 번 해 보시라구요. 참여하는 시민들이 다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
그는 이번 축제의 색깔을 핑크빛으로 했다면서 연방 평소에 입지 않았던 예쁜 옷, 멋진 옷 등을 입고 나오라고 권한다. 서울의 남녀노소 시민들이 모두 핑크빛 치장을 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한다면?. 그 건 도전이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역시 엉뚱한 발상이다.
"핑크라는 게 맑고 환상이 있는 색깔이잖아요. 여태 퍼레이드에서 보여져온 것들은 전통이란 것에 묶여서 좀 딱딱했어요. 축제는 딱딱하면 안되거든요. 퍼레이드에는 8m짜리 대형 아기 인형이 춤추면서 걸어가요. 상큼하고, 사랑스럽게, 귀엽고, 재미있게. 우리도 이제 슬슬 엉뚱한 것에 도전해 봐야 되잖아요. 엉뚱함을 즐기는... 일탈을 이런 유희를 통해 할 수 있는 게 축제니까요."
안은미는 지금 떨린다고 한다. 최초로 자기가 엉뚱한 짓을 하니까. 그리고 너무 좋아서.
가수 강원래와 안은미가 함께 만든 봄축제 로고댄스 '봄바람춤'은 축제기간이 끝난 후라도 누구라도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하면 귀엽고 나이가 드신 분이 하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춤이라는 게 안은미의 말이다. 인터넷의 하이서울페스티벌 사이트에 들어가면 '봄바람춤'의 신나는 리듬에 맞춰 어린이, 경찰, 학생 등 시민들이 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쁘게 지내오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함께 소리 높여 라랄랄라!!!"
안은미가 튄다. 핑크빛 봄바람이 분다.
◇안은미 총감독은 = 1962년생으로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대학원과 뉴욕대 티시아츠스쿨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스물다섯 때에 자신의 무용단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했으며 2000년부터 4년동안은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도 맡았었다. 수많은 작품을 안무했으며 2006년 '신(新)춘향'의 유럽공연을 통해 현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바리 - 이승편'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는 11월 이 작품을 갖고 독일에서 열리는 피나 바우시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그에 앞서 오는 6월에는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에서 '점액과 천사들(Mucus and Angels)'이라는 작품을 공연하는데 이어 10월에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신작 '봄의 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kangfam@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