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권 훈 기자= 한국프로골프 SBS코리안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 142명 가운데 단 한명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24일 제주 세인트포리조트 골프장(파72.7천466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무려 일곱명의 공동선두가 나왔지만 성적은 1오버파 73타에 그쳤다.
한국프로골프 사상 1라운드에서 출전 선수 전원이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낸 것은 투어 관계자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힐만큼 드문 일이다.
90대 타수를 적어낸 선수가 2명이나 나왔고 8오버파를 넘겨 80대 타수를 친 선수는 출전 선수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런 '참사'를 부른 원인은 초속 5m에 육박하는 강한 바람.
작년에 문을 연 세인트포골프장은 바람이 심한 제주 지역 골프장 가운데 비교적 바람이 적은 코스로 알려졌지만 첫 프로대회를 개최해 프로 선수를 처음 맞이하자 한껏 심술을 부렸다.
뒷바람을 타고 400야드를 날았던 드라이브샷은 맞바람에서는 200야드를 겨우 넘겼고 150야드에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잡아야할 클럽이 페어웨이우드에서 피칭웨지까지 다양했다.
특히 선수들을 괴롭힌 것은 꼭 넣어야 할 1∼2m 거리의 짧은 퍼트 실수가 쏟아졌다는 사실.
몸도 중심을 잡기 어렵고 볼도 미세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1m 퍼트도 놓치기 일쑤였다.
공동 선두 그룹에 노련한 박남신(48.테일러메이드)과 바람 부는 날씨에 강한 김대섭(24.SK텔레콤), 그리고 제주도가 고향인 강성훈(21.신한은행)이 포진한 것도 강풍 속 라운드와 무관하지 않았다.
박남신은 버디 1개에 보기 2개를 곁들이며 안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게 효과를 봤고 2년 전 강한 바람 속에 열린 스카이힐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우승했던 강성훈은 "오늘 스코어에 대만족"이라며 우승 욕심을 내비쳤다.
2년 동안 깊은 슬럼프에 허덕였던 김대섭은 "동계훈련 때 내 몸에 맞는 스윙을 찾았고 잃었던 자신감도 찾았다"면서 "바람 부는 날 다른 선수에 비해 잘 무너지지 않기에 바람이 계속 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회 때마다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김형성(27.삼화저축은행)도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우창완(26.토마토저축은행), 김상기(25.삼화저축은행), 박재범(27.우리골프) 등 무려 12명이 3오버파 75타로 공동8위를 달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은 공동46위(6오버파 78타)에 그쳤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재일동포 백가화(29)는 11오버파 83타로 컷 통과가 어려워졌고 장애인 아마추어 골퍼 서이남(21)은 26오버파 98타를 쳐 최하위로 처졌지만 프로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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