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북한에서 아나운서는 체제 선전의 첨병이자 '당 중앙의 목소리'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최대 TV 방송인 조선중앙TV 메인 뉴스의 여성 아나운서는 전국에 알려진 유명 인사이며 의상과 화장이 유행을 리드한다고 북한 월간화보 '조선'이 4월호에서 소개했다고 중국의 세계신문보(世界新聞報)가 24일 전했다.
다음은 세계신문보의 진둥광(金東光) 기자가 전한 내용이다.
『'조선'이 소개한 유명 인사는 조선중앙TV의 간판 여성 아나운서 이춘희. '인민 아나운서'인 이춘희는 올해 65세로 이미 정년을 10년 넘겼지만 여전히 장엄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당 중앙 지도자의 주요 활동과 정부의 성명을 전하고 있다.
중앙 TV에서 근무한지 37년째인 이춘희는 평양의 조용한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으며, 우아한 주택과 고급 승용차는 모두 국가가 제공한 것이다.
북한에선 남자는 60세, 여성은 55세가 정년이지만 아나운서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정년에 구애를 받지않고 계속 일할 수 있다.
이춘희의 목소리는 침투력이 강하고 카랑카랑하며 정신이 충만해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때문에 아직은 대역감이 없다는 평가다.
북한에서 아나운서를 중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칠 정도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90년대 기아에 시달리던 '고난의 행군' 시절때도 "고난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아나운서의 요구에 대해선 최대한 보장을 해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TV에 출연하는 아나운서는 평양 최고의 이·미용실에서 무료로 머리를 손질하고 사우나를 하며 최고의 식사를 즐긴다. 일류 여성 아나운서의 헤어 스타일과 패션은 방송 즉시 유행이 돼버린다. 그들은 평양 복장 연구소에서 만드는 최신 의류를 무료나 염가로 제공받는다.
아나운서들은 중앙정부와 라디오·TV위원회에서 특별관리를 받으며 인민 아나운서는 최고의 영예이며 심지어 '노동 영웅'의 칭호를 받는 아나운서도 일부 있다.
본 기자는 90년대 조선중앙라디오·TV위원회에서 수습을 받던 시절 비교적 젊은 '공훈 아나운서'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초대일은 공교롭게도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었는데 그의 집에는 생선 통조림세트와 양주를 비롯한 고급 수입품들이 배달돼 있었다. 당 중앙에서 김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이른바 각 분야의 엘리트들에게 선물이었다는 것이 그 아나운서의 설명이었다.
이 공훈 아나운서의 집 벽에는 "아주 잘했어"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이 액자속에 끼어져 있었다.
한 번은 조선중앙라디오·TV위원회 구내에 세워진 신형 일본제 수입 승용차를 보고 당 간부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몇몇 엘리트 아나운서에게 제공된 것이었다. 이 아나운서들에게는 전문 운전기사까지 배정돼 있었다.
북한에서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우선 명문 대학을 나와야 하고 말에 대한 천부적인 자질을 물론 용모가 단정하고 사상성까지 갖춰야 한다.
아나운서를 배출하는 최고 명문으로는 평양연극·영화대학 아나운서과가 꼽힌다. 김일성대학 언어과와 다른 명문대 졸업생들도 선발 대상이 되며 매년 한번 개최되는 아나운서 선발대회는 등용문이 된다.
북한 잡지 '조국'은 지난 1월호에서 평양연극·영화대학 아나운서과를 소개했다. 지난 1973년 설립된 이 아나운서과는 지금까지 수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교수 5명에 50명의 재학생이 있다.
북한에는 3개의 TV 방송국이 있다. 이중 조선중앙TV방송은 전국적인 방송망을 갖추고 있어 이곳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아나운서가 되면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러나 이 자리는 오르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며 유지하기도 힘들어 지속적이고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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