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 자율화 계획 발표…우열반 대신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
`학교의 학원화' 우려 목소리 높아…지침 19개 즉시 폐지 10개 보완 유지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서울시내 일선학교에서 정규수업 이전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은 금지되고 대신 수준별 이동수업이 수학ㆍ영어에서 다른 과목까지 확대된다.
방과후 학교의 경우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운영이 허용되며 초등학교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제한했던 것을 수학ㆍ영어 등 교과 프로그램까지 확대 운영, `학교의 학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열반 편성과 0교시 금지에 대해 교육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학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는 학교의 학원화를 우려하는 입장과 학교의 사교육 흡수를 환영하는 입장으로 엇갈렸다.
◇ 우열반ㆍ0교시 금지…교육계 반대 부담된 듯 =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우열반 편성과 0교시 수업을 금지하는 대신 학원의 방과후 학교 운영을 허용하는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에 따라 폐지를 결정한 29개 지침 중 19건은 즉시 폐지하고 10건은 수정ㆍ보완해 교육적 목적과 학생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방침이다.
총점에 따른 우열반 편성과 0교시 수업은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교육 평등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그 대신 영어ㆍ수학 과목으로 제한된 수준별 이동수업을 다른 과목까지 확대했다.
방과후 학교 운영과 관련, 사설학원 등 영리단체의 개별 프로그램 위탁 운영이 가능해지고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제한했던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교과 프로그램까지 허용됐다.
고등학교의 사설모의고사 실시도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정보 욕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학교 자율에 맡기게 됐다.
하지만 학습 부교재 선정지침은 금품수수 행위 등을 막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내 사용을 그대로 금지하고 불법 찬조금과 촌지 수수를 막기 위한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도 계속 시행하기로 했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이번 조치로 단위학교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실정에 맞는 다양하고 유연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어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교육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방과후 학교 학원 진입…`학교의 학원화' 우려 = 사설학원의 방과후 학교 진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학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정 학원이 한 학교의 방과후 학교 모든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운영할 수 없도록 제한 규정을 두었지만 학원이 학교의 울타리를 넘게 됐다는 점에서 학교가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방과후 학교의 사기업 진출 허용은 공교육기관이 사교육기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하지만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줌으로써 오히려 공교육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자유교원조합은 "그동안 하향평준화 교육에 염증을 느껴 조기유학, 사교육 등을 통해 교육권 대탈출을 시도했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으로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려는 공교육 신뢰 조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학원의 경우 대형 사교육기관은 큰 수익시장이 생길 수 있지만 영세업체는 여력이 없어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그 효용성과 향후 학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높다.
◇ "적극 환영" vs "철회해야" 반응 교차 = 시교육청의 우열반 편성 및 0교시 수업 금지 조치와 수준별 이동수업 확대에 대해서는 일선학교를 비롯해 교육계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교총은 "학생들의 인권 등에 비춰볼 때 적극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반겼고 잠실 한 고교의 김모(48) 교사는 "우등생과 열등생을 격리시키기보다는 함께 어울리며 서로에게 자극이 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열반 편성을 금지한 방침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사실상 우열반이며 0교시 수업도 자율학습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긴 했지만 수준별 수업도 사실상 우열반 수업이나 다름없고 0교시 수업 금지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학원의 방과후 학교 운영에 대해서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렸던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학교의 학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서울자유교원조합은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려는 공교육 신뢰 조치"라며 환영했지만 서울교총과 전교조 서울지부는 "공교육기관이 사교육기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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