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남북교류 무산..소규모 교류는 유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남북 당국간 냉각기류 속에 민간의 사회.문화 교류도 다소 위축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북측 모두 민간 교류를 막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대남 공세를 본격화한지 한 달이 다 되가는 24일 현재 일부 대규모 사회.문화 교류행사가 취소되거나 불투명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또 경협 분야의 경우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면서 교역량에도 가시적 변화는 감지되지 않지만 우리 측 당국자들이 추방된 개성 경협사무소의 업무 수요가 다소 줄어드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문화 교류 = 최근 남북간 사회문화 교류의 양상을 보면 참여대상이 넓고, 규모가 큰 행사는 파행을 면치 못하는 반면 부문별 교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매년 열리던 5.1절 남북노동자대회가 올해는 무산될 상황이 됐다.
북측은 민주노총, 한국노총 관계자들과 지난 10~11일 금강산에서 가진 실무접촉에서 5.1절 행사 및 3단체(민주.한국노총 및 조선직업총동맹) 대표자회의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 작년 11월 남북총리회담 합의사항 중 하나인 올해 6.15공동선언 발표 8주년 기념 민.관 합동 행사의 서울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 남.북측 위원회간 접촉에서 북측은 행사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당국끼리 어떤 태도로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행사 개최를 누구도 장담키 어렵게 됐다.
반면 부문별 소규모 교류는 이뤄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산하 부문별 교류를 진행하기 위해 다음달 10~14일 평양 방문을 추진 중이고 남측 청년학생본부와 북측 청년학생분과위원회는 6.15공동위의 부문별 단체중 처음으로 26~28일 금강산에서 만나 사업계획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규모 행사는 안되고 부문별 소규모 교류는 지속되는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민.관의 경계가 남측에 비해 흐릿한 북한사회의 특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국간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북측은 남측과 민간 교류는 원칙적으로 이어가되 자신들과 소위 `코드'가 맞다고 생각하는 남측 부문과의 교류만 선별적으로 해나가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교역 및 경협 = 남북간 갈등이 구체화된 이후인 올 4월의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남북간 교역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3월 남북간 교역액은 1억5천789만8천달러로 작년 같은 달 1억315만1천달러에 비해 53.1% 증가했고 지난 2월 1억1천888만4천달러에 비해 3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달 27일 북이 개성의 남북경협사무소내 남측 정부 당국자들을 추방한 이후 경협사무소가 처리하는 업무 건수는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월 두번째 주부터 네번째 주까지 주당 각각 232건, 209건, 195건에 달했던 경협사무소의 문건 중개 건수가 4월 들어 주당 100~166건으로 감소했고 3월 2~4번째 주에 각각 13건,8건,16건이었던 견본송달 건수는 4월 들어 주당 4건,9건,7건을 각각 기록했다.
정부 당국은 현재 남북관계가 경협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수치상으로 업무 처리 건수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북한의 태양절 연휴(4.15~16) 등 요인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변화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민간 대북지원 =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은 새 정부 들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민간 차원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 민간에 의해 이뤄진 3월의 대북지원 총액은 505만6천달러로 파악돼 작년 같은 달 937만3천달러에 비해 46.1% 감소했지만 명맥은 이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 3월중 이뤄졌던 민간 대북 지원 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결정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간의 대북 지원 사업들은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남북협력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현 정부 기조 속에 지난 2월 민간단체들이 신청한 63건의 남북협력기금 지원 건에 대한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남측 9개 민간단체가 올 3~5월 중 북측 지역 식목 행사를 계획했지만 현재까지 4개 단체가 계획을 취소했고 1개 단체는 하반기로 행사를 연기했다고 통일부측이 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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