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 첫 습지 국립공원 지정 추진
환경부 추진의지ㆍ주민 여론 `변수'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순천만과 강화갯벌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지역이 실제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이들 지역을 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후보지로 보고 해당 지자체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공단의 박화강 이사장은 "순천만과 강화갯벌을 국립공원의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지역의 지자체 인사들과 이와 관련한 논의를 벌이고 있으며 시민단체들이나 시민들로부터도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 중 1곳이라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지난 1988년 6월 변산반도와 월출산이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년 만에 탄생하는 새 국립공원이 된다.
1967년 지리산이 처음 국립공원이 된 이후 1988년까지 모두 20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이후에는 태백산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 대한 국립공원 지정이 추진되기는 했지만 공단이나 환경부 내부의 논의 차원에 그쳤었다.
공단의 구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습지인 이들 지역을 오는 10월 창원에서 열리는 `2008 람사르총회'에 앞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습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보호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습지 보호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공표하겠다는 의도다.
◇ 환경부, `새 국립공원' 추진할까 = 공단측이 그동안 적극성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신규 지정될지는 현재로써는 미지수다.
실제로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신규 지정을 제안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환경부장관으로 규정돼 있지만 환경부측은 "신규 지정을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단이나 해당 지자체로부터 국립공원 신규지정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해당 지역이 습지보호지역 등 다른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게 바람직한지 판단해야 하며 이후 지자체, 주민들의 반응도 함께 살핀 뒤에야 신규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은 환경부 장관이 국립공원을 지정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지역의 자연생태계, 생물자원, 경관의 현황 및 특성, 지형, 토지이용상황 등을 조사한 뒤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환경부장관은 지자체장의 의견을 듣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를 한 뒤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자체장은 의견 제시 요청을 받은 뒤 30일 이내에 환경부 장관에게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주민 갈등' 암초…"제대로된 습지보호 계기 돼야" = 해당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국립공원 지정 추진 소식을 반기는 것은 국립공원의 원래 취지인 체계적인 자연 보존과 관리의 차원도 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자연자원의 복원과 경관의 보호에 체계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해당 국립공원의 관리청이 경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지원해 상하수도시설과 오수ㆍ분뇨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민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다.
반면 사유 재산의 행사 제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부담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공원자연보존지구'와 자연보존지구의 완충지역으로 보전 필요성이 있는 `공원자연환경지구', 취락 밀집도가 낮은 `공원자연마을지구', 취락 밀집도가 높은 `공원밀집마을지구', 자연공원에 들어가는 자들에 대한 편의 제공 시설이 모여있는 `공원집단시설지구'로 나뉘어 행위 규제를 받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건축물의 신규 건설이나 증축ㆍ개축이 제한되기도 하며 동식물 채취 행위도 금지된다.
하지만 후보 지역들이 습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인가나 상업시설 등이 많지 않은 편이며 이미 다른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예전에 비해 사유재산 행사의 제한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의 신규지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지만 공원 지정이 무분별하게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쪽보다는 실질적인 자연보호와 복원 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녹색연합의 윤상훈 정책실장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국가 차원에서 습지 보호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이름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니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떠나 정부가 제대로 된 습지 보호 정책을 펴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새들의 천국' 순천만 = 순천만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혹부리오리, 민물도요, 검은머리갈매기, 흑두루미 등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순천시 등에 따르면 순천만에는 검은머리갈매기의 전 세계 개체수의 1% 이상이 서식하고 있으며 혹부리오리와 민물도요는 각각 전 세계 개체의 18%와 7% 가량이 머무르고 있다.
재두루미나 저어새, 황새 등도 발견되는 등 매년 200여 종의 철새들이 오가고 있으며 특히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겨울철에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순천만에 이처럼 다양한 철새들이 머무는 것은 하천 주변에 갈새, 억새 들이 자생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칠면초(七面草) 군락도 넓게 퍼져있어 철새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은신처 역할도 하는 덕분이다.
갈대와 갯벌을 통해 하천수의 정화가 이뤄지고 주변에는 공업단지가 없어 비교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으며 조수의 차가 커 물과 영양물질이 주기적으로 교환되기 때문에 갯벌의 생산력도 높다.
위치상으로는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서 뭍 쪽으로 휘어 들어가 있으며 갈대 숲, 철새들의 날갯짓과 어우러진 낙조가 유명하다.
생태 관광지로도 인기가 높아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2천여명의 수학여행단이 다녀갔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해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2003년 12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2006년 1월에는 갯벌(연안습지)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희귀조류의 번식지' 강화갯벌 = 순천만과 달리 강화갯벌은 아직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돼있지는 않지만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불릴 정도로 보존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강화갯벌은 전체적으로는 105㎞의 긴 해안선을 따라 발달해 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중 서해 최북단의 볼음도 갯벌을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름달의 발음을 따 `볼음도'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노랑부리백로나 저어새 등 20여종의 새들이 먹이를 찾아 섬 서쪽 해안의 갯벌로 모여드는 `새들의 낙원'이다.
강화갯벌 전체적으로 보면 한강하구의 모래가 유입되면서 갯벌이 형성되는 지역인 만큼 이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개발사업 구상이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강하구에 인공섬인 `나들섬'을 건설하겠다고 공약을 해 놓았고 강화 조력발전소 건설도 추진되고 있어 갯벌의 형태 변화와 인근지역 생태계 파괴의 우려가 높아 국가가 나서서 보존한다는 게 국립공원 지정에 찬성하는 주민들이나 환경단체들의 의견이다.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저어새나 도요물떼새 등 희귀종의 번식지로 보존가치는 높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편이라는 게 문제다.
군사시설보호법이나 문화재보호법 등 정부의 규제가 많아 주민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규제로만 볼 경우에는 반대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주민 반대가 커서 아직 습지보호지역으로도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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