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원화 가치가 세계 주요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이종통화 예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종통화 예금은 한달만 예치하더라도 연 7~8%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원화 약세기에는 환차익도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고 수수료가 높은 일부 이종통화 예금의 경우 환차익만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실수요 규모와 환율 전망 등을 고려해 신중히 가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최고 연 9%대 이자 혜택..원화약세도 대비 =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5일 위안화(CNY) 예금을 미화 500만달러 한도로 판매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2005년 5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위안화 예금을 판매해 두달만에 2천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지만 위안화 강세의 제한으로 고객이 이탈하면서 현재 잔액이 바닥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위안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고객들로부터 위안화 예금 문의가 줄을 잇자 상품 구조를 일부 개선해 재출시키로 했다.
위안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외환은행 매매기준율 기준으로 작년 10월말 1위안당 120원선이었지만 22일 현재 143원선을 기록하면서 원화 가치가 반년만에 15.7% 절하됐다.
위안화 예금이 출시되면 외환은행에서 가입 가능한 외화예금의 통화 수는 30개로 늘어나게 된다.
외환은행은 최근 위안화 예금과 함께 뉴질랜드달러화(NZD) 예금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개월만 예치하더라도 예금금리가 8.77%에 달하고 1년제의 경우 9.4%의 고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뉴질랜드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이달들어 2.9% 절하되면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1개월제 7.54%와 1년제 8.54%의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호주달러화(AUD) 예금 역시 월초에 비해 호주달러화대비 원화가 5.4% 절하되면서 이자와 환차익 모두 누리를 수 있는 상황이다.
유로화(EUR)와 영국 파운드화(GBP) 예금도 1개월 기준으로 4.47%와 5.57%로 미국 달러화의 3.0%를 웃돌고 있다.
◇ 환율 급변. 높은 수수료 등 감안해야 = 그러나 은행 전문가들은 이종통화의 경우 환율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 가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통화 예금은 예금 수수료가 3%에 달하고 있어 해당 통화가 원화에 대해 3% 이상 절상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종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지속하더라도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위안화 예금의 경우 수수료가 은행에서 위안화를 사서 위안화 예금에 예치할 때 적용되는 환전 수수료가 7%로 달러화의 1.5%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더 큰 주의가 요구된다.
외환은행은 위안화의 절상만을 노리고 거액을 예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위안화 예금 한도를 1인당 미화 1만달러 상당으로 제한키로 했다.
여러 이종통화 예금을 하나의 계좌에서 관리하면서 예금통화 전환이 가능한 외화예금에 가입해 환위험을 회피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은 미 달러화와 유로화, 일본 엔화, 호주달러화, 영국파운드화 등 최대 10개국 통화로 된 다양한 외화예금을 하나의 계좌로 관리할 수 있는 우리 원(ONE) 외화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하나의 계좌번호로 최대 10개의 통화와 50개의 외화정기예금을 운용할 수 있는 멀티플 외화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카멜레온 외화예금은 중도해지 없이 3개월 만기는 1회, 6개월 만 기는 3회까지 달러화와 엔화, 달러화와 유로화,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간 통화 전환이 가능하며 하나은행의 외화적립 플랜은 8개국 통화로 적립할 수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향후 외화를 해외로 송금해야 하는 고객의 경우 미리 이종통화 예금에 가입하면 예치기간 동안 고금리 혜택을 보면서 원화 약세기에 외화 매수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위안화 예금은 예금이자가 없고 수수료도 다른 이종통화 예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가입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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