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진징 하루아침에 매국노…美유학 여대생도 희생자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의 빗나간 민족주의가 식을 줄을 모른 채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성화봉송 과정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시위대에 맞서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된 장애인 펜싱선수 진징(金晶.여)이 까르푸 불매운동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매국노로 전락해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방도시보는 23일 진징이 민족의 영웅에서 까르푸 불매운동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전락했다며 그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집을 나간 채 연락이 두절됐다고 보도했다.
신문 기자가 상하이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집을 나간 채 그의 아버지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고 아버지는 기자에게 "우리 딸 역시 보통사람"이라며 "이미 가정 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으니 딸과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진징은 최근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특사의 위로 서한을 받은 뒤 "중국인들이 까르푸 불매운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평정심을 찾아야 하며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그가 프랑스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섰다", "매국노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하루아침에 그를 민족 반역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시위대에 맞서 성화를 지키는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면서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올랐었다.
앞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 중국 유학생도 티베트 사태를 둘러싼 찬반 시위의 중재자로 나섰다가 '배신자'로 전락해 중국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는 등 중국인들의 민족·애국주의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 왕첸위안(王千源·20·여)은 지난 9일 학교에서 일어난 친중·반중 시위의 중재자로 나섰다가 중국인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다.
왕 양은 중국인임에도 티베트 사태에서 중국의 편을 들지 않고 티베트의 입장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자신과 부모의 부모 이름 및 신분증 번호, 고향 주소, 자신의 출신학교 등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중국에 돌아가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다.
'매국노 인육광풍'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인 이같은 현상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 못하는 중국에서 빚어지는 빗나간 전체주의와 쇼비니즘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딩왕(丁望)은 "중국의 젊은 층들도 전체주의적인 중국과 자유로운 서방의 시민사회, 정치제도, 언론공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의 보장이 되지 않는 중국의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jsa@yna.co.kr
(끝)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