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사육. 초기방역 실패 등이 원인인 듯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지역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그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AI가 확진되거나 'H5형'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은 모두 28건이며 이 가운데 전북지역이 25건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AI가 처음으로 확인된 2003년 이후에 특정 지역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발병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AI는 2003-2004년에 전국 6개 시.도에서 19건, 2006-2007년에는 3개 시.도에서 7건이 각각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북에서 AI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을 열악한 환경에서의 밀집 사육과 초기 방역 실패 등에서 찾고 있다.
AI가 무더기로 발병한 김제와 정읍을 비롯한 도내 상당수의 가금류 농장은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밀폐된 비닐하우스 등에서 수천~수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키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AI에도 그만큼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추론이다.
전북도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AI가 종식된 이후 가금류 농장의 현대화와 사육 밀도 조절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밀집 사육이 발병의 한 배경이었다면 차단 방역 실패는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도내 AI는 김제에서 15건, 정읍에서 7건이 각각 발생했으며 발생 농장 대부분이 반경 10km 이내에 위치해 있다.
AI의 전파 경로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방역당국은 이를 '기계적 전파', 즉 사람이나 차량, 물품 등의 이동에 따라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방역 초기에 AI 발생지역에서 유통업자들이 가금류를 불법 반출하고 살처분 보상비 인상을 요구하는 피해 농민들이 방역구역을 빠져나와 집단으로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근 지역으로 전파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렇게 전파된 바이러스가 점차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추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미 20여 건 이상이 발병한 만큼 AI 바이러스가 만연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농장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확산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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