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버드대학 정치연구소포럼 강연
(케임브리지<미 매사추세츠주>=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에서 '햇볕정책이 성공의 길이다'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을 통해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치연구소(IOP)포럼' 강연과 질의응답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문화적 변화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랑스러운 햇볕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뤄낸 북핵합의를 배제하면서 "따뜻한 햇볕의 시대가 차가운 북풍의 시대로 다시 역전"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중인 6자회담도 햇볕정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협력하기 시작하면 미국과 세계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국교정상화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햇볕정책은 쌍방이 혜택을 받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의미에서 "무력사용이나 냉전대결을 배제하고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햇볕정책의 유용성은 비단 한국에서만 성과를 얻은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효력이 입증됐다"면서 구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 중국과 베트남의 변화를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교훈, 저의 경험에 비추어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일종의 햇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일본 등과 함께 중국에 과도한 군사적 압력을 가하면 중국의 민족주의는 폭발하고 군부가 세력을 장악하게 되고 파멸적인 위험한 시대가 올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해 일종의 햇볕정책을 실시한다면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티베트 유혈시위에 대해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요구하는 것은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미국의 연방제와도 같은 충분한 자치를 인정하라는 것으로 타협의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대표와 만나서 대화와 합리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 앞서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을 찾아가 환담을 나눴으며 옥중서신 영문 번역자이며 한국학연구소장인 데이비드 메케인 교수와 데이비드 엘우드 케네디스쿨 학장, 제임스 리치 정치학 연구소장, 에즈라 보겔 교수 등 하버드 대학의 지인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망명 중이던 지난 1983년 하버드대 국제관계센터에 1년 간 공부한 바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이번 하버드대 방문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24년 전 공부했던 하버드대 캠퍼스와 하버드스퀘어 상점 등을 둘러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많이 피력했다고 수행중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지난 15일 포틀랜드에 도착, 10박11일의 방미일정을 시작한 김 전 대통령은 23일 플레처스쿨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2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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