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주도자 허위 인터뷰로 인격권 침해" 인정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수원지법 민사3단독 정상규 판사는 1980년 사북사태 당시 소요를 일으킨 광부들에게 폭행당했던 동원탄좌 노조지부장 이재기씨의 부인 김순이(68)씨가 소요를 주도했던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고 언론사 인터뷰에 응했고 광부 등에게 폭행당한 원고가 뒤늦게 구조돼 병원에 후송된 사실을 알지못했다'고 항변하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문, 당시 원고의 구조.후송상황을 기술한 신문과 책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폭행과정과 후송지연을 몰랐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의 인터뷰 중 허위 내용으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김씨가 3천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데 대해 "피고의 인터뷰 게재 경위와 내용, 그로 인한 원고의 인격권 훼손 비중, 원고의 반박주장이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500만원이 적당하다"고 했다.
정 판사는 그러나 사태 당시 광부들의 체포.가혹행위를 이씨가 지시 또는 묵인했다는 주장, 구조.후송 과정에 대한 이씨의 거짓 인터뷰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등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사북사태는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광부들이 어용노조 탓에 임금인상이 소폭에 그쳤다는 이유로 유혈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소요당시 일부 광부와 부녀자들은 노조지부장이었던 이재기씨를 찾지 못하자 부인인 김씨를 붙잡아 폭행했다.
피고인 이씨는 2005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은 뒤 가진 세 차례 언론사 인터뷰에서 "협상타결 이틀전인 4월22일 김씨를 풀어주고 병원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김씨는 22일 폭행과 성적 가혹행위를 당한 뒤 광부들에게 끌려다니다 24일 협상타결 7시간 후 사북부읍장 등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이번주에 이씨 등을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한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앞서 김씨는 "가혹행위에 가담한 이들의 행위를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한 행위로 인정함으로써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각하당했고,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취소청구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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