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버드대학 정치연구소포럼 강연
(케임브리지<미 매사추세츠주>=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전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에서 '햇볕정책이 성공의 길이다'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을 통해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24년 만에 처음으로 하버드대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치연구소(IOP)포럼' 강연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와 더불어 문화적 변화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자랑스러운 햇볕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뤄낸 북핵합의를 배제하면서 "따뜻한 햇볕의 시대가 차가운 북풍의 시대로 다시 역전"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중인 6자회담도 햇볕정책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또한 "무력사용이나 냉전대결을 배제하고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햇볕정책의 유용성은 비단 한국에서만 성과를 얻은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효력이 입증됐다"면서 구소련과 동유럽의 민주화, 중국과 베트남의 변화를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냉전이 어떠한 성공이나 공산세계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교류와 대화협력이 이뤄지면서 "인류를 위협했던 공산제국은 이제 역사의 본 무대에서는 사라졌고 나머지 국가들도 큰 변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냉전의 북풍으로는 공산주의의 망토를 벗기지 못했지만 따뜻한 햇볕으로는 성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역사의 교훈, 저의 경험에 비추어 햇볕정책만이 공산주의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이라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일종의 햇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일본 등과 함께 중국에 과도한 군사적 압력을 가하면 중국의 민족주의는 폭발하고 군부가 세력을 장악하게 되고 파멸적인 위험한 시대가 올 수 있지만 중국에 대해 "일종의 햇볕정책을 실시한다면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망명 중이던 지난 1983년 하버드대 국제관계센터에 1년 간 공부한 바 있으며 이번 방문은 그 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 앞서 드류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을 찾아가 환담을 나눴으며 옥중서신 영문 번역자이며 한국학연구소장인 데이비드 메케인 교수와 데이비드 엘우드 케네디스쿨 학장, 제임스 리치 정치학 연구소장, 에즈라 보겔 교수 등 하버드 대학의 지인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 15일 포틀랜드에 도착, 10박11일의 방미일정을 시작한 김 전 대통령은 23일 플레처스쿨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2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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