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가 행진을 하면서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 그렇지 않아도 신용위기와 경제성장 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주름살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미국의 휘발유.경유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해 가계 사정을 압박하고 있고, 유가 급등은 기업들의 실적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이날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1.89달러(1.6%) 오른 배럴당 119.37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119.90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 14일 이후 장중 가격이나 종가 기준으로 7거래일째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벌써 24%나 올랐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에 배럴 당 116.75달러까지 오르면서 역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휘발유 가격도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다. NYSE에서 5월 인도분 휘발유 가격은 이날 4.59센트(1.5%) 오른 갤런당 3.025달러에 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평균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는 갤런당 전날보다 0.8센트 오른 3.511달러에 달해 최고가를 기록했고 경유 평균가격도 갤런당 4.204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주유소들이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고시하고 있는 휘발유 가격은 하루게 다르게 무섭게 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여행철이 본격화되는 여름에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에 달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했다.
급증하는 유가 부담은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들어 소비를 위축시켜 기업들의 경영을 악화시켜 고용감소를 유발하는 등 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에지USA의 에너지시장 책임자인 앤토인 핼프는 블룸버그 통신에 "고유가로 인한 많은 경제적 고통이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도 유가의 최고가 행진과 기업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 속에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4.79포인트(0.82%) 떨어진 12,720.23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1.10포인트(1.29%) 내린 2,376.94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2.23포인트(0.88%) 하락한 1,375.94를 기록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는 미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기대 난망, 원유 수급 불안감 등이 겹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유가의 상승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미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6019달러에까지 거래돼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 1.6달러선을 넘어서면서 그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은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추가로 금리인하를 할 것으로 보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원유 등 상품 가격은 가치 하락분을 만회하기 위해 오르는 경향이 있고 자금들도 상품투자에 몰린다.
이런 가운데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 등의 석유시설 공격으로 원유 수급불안 우려가 지속되고 브렌트유가 모이는 스코틀랜드 정유노조의 파업계획 소식이 전해지는 등 원유 공급차질을 걱정하게 만드는 요인들 이어지고 있는 것도 유가 강세를 불러오고 있다.
글로벌의 에드워드 마이어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당분간은 유가 강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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