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급기야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길 체육회장은 22일 밤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5일 이사회를 전후로 어떤 결심을 하게 될 지 모르겠다. 사퇴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리에는 조금도 연연할 생각이 없다"면서 "정부와 갈등을 빚어 올림픽 준비에도 방해된다면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스포츠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불과 100여 일 앞두고 체육회장과 사무총장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김 회장이 조기 사퇴를 고민하기에 이른 배경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안숙 사무총장 승인 거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체육회는 지난 3월5일 이사회를 통해 금융전문가 출신으로 미국 영주권자인 구안숙씨를 만장일치로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으나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실체적.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승인을 거부했었다.
문화부는 지난 14일 체육회에 보낸 거부 공문을 통해 '구안숙 내정자는 스포츠 현장은 물론 체육행정 경험이 전무해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베이징올림픽의 차질없는 준비 및 체육계 안팎으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부적합하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체육회는 2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사무총장 재임명을 추진키로하는 등 정부의 거부방침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길 회장은 "사무총장 하나 제대로 임명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나 봐야 하는 자리에는 연연할 생각이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체육회 88년 역사상 정부가 이런 사유로 사무총장을 승인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지적한 그는 "체육회가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사무총장을 선출했지만 정부는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괘씸죄'만으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8월 열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2회 연속 종합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정부와 체육계의 심각한 대립 속에 메달 전선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선장'조차 없이 올림픽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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