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차용' 밝혀져 당혹..지도부 책임론 대두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김남권 기자 = 18대 총선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는 등 사법처리되면서 야권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검찰은 통합민주당 정국교, 친박연대 양정례, 창조한국당 이한정 비례대표 당선자가 각각 10억원과 15억원, 6억원을 당에 빌려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돈 공천' 의혹에 대한 수사범위도 넓힐 태세다.
야권은 검찰수사를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면서도 잔뜩 몸을 낮춘 채 수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한 당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민주당 손학규, 친박연대 서청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이 난감해하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당 송영길, 서갑원, 강기정, 김동철 의원 등이 모인 자리에서는 "누가 봐도 비례대표 공천이 잘못됐다. 지도부도 책임을 져야 하고 정국교 당선자도 이 정도 됐으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일단 정 당선자 `변호'에 주력했다. 정 당선자도 "억울하다", "무혐의가 확실해 당당하게 수사에 임하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박홍수 사무총장은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언급, "비례대표 문제에 있어 다른 당처럼 지도부 책임론을 들어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으로, 전혀 거론되고 있지 않다"며 "사법부 판단에 따라 향후 대응이 결정될 것이며 제명 내지 출당 등의 조치에 대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차용증을 제시한 뒤 "3월26일 당 재정이 어려워 정식 차용증을 써주고 연리 5.5%로 정 당선자에게 10억원을 차입했으며 31일 갚았다"며 "일반적 채무관계 성격으로, 다른 당의 특별당비와 같은 형태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에 하나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민주당으로선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야당 표적수사'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차 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정 당선자는 회사 대표 시절 주가 이상급등 징후를 발견하고 증권선물거래소에 이상급등 공시를 수차례 질의했었다"며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금감위가 3개월간 조사를 거쳐 무혐의 처분한 부분이며 회사공금 8억원을 횡령, 폭력배들에게 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시설.장비 구입에 든 계약금과 중도금 지급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손학규 대표도 이날 한 토론회에 참석, 정 당선자에 대해 사전구속 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구속 여부가 결정된 뒤) 필요하다면 얘기를 하게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을 아낀 뒤 "중소기업인으로 많은 기대가 있었다. 정 당선자는 기업가로서 회사를 2천억원대로 키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으로선 내심 정 당선자 처리를 놓고 고심스러워하는 표정도 읽혀진다.
특히 정 당선자가 손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본인이 자진사퇴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국 손 대표가 풀어야 할 문제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친박연대측은 이한정 당선자의 구속 여파가 친박연대에까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비례대표 파동의 도화선이 바로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 대표가 "특별당비로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일부 언론에 양 당선자가 당에 16억원을 제공했다는 수사 결과가 보도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 대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 당선자가 당에 16억원의 돈을 냈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하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서 대표를 소환할 경우 검찰에 나가 사실을 소명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당혹해했다.
당 관계자는 "검찰이 서 대표의 사무실과 측근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만큼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이한정씨로부터 450만원을 특별당비로 받았을 뿐이라는 당초 설명과 달리 이씨가 6억원을 당에 빌려줬다고 진술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총선준비에 들어가면서 선거비용 조달을 위해 당채(일명 창조한국당 사랑채)를 발행했는 데 이씨가 자신이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된 뒤인 3월말, 지인 두 사람에게 권유해 각각 4천만원과 5억5천500만원 어치의 당채를 사도록 했다"며 "당 계좌로 입금됐고 공증까지 된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곤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 당채 발행 규모는 9억9천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8억원 정도가 소화됐다. 이씨 지인들 외에 일부 비례대표 후보들도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도 당채 매입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창조한국당은 이날 이씨에 대한 당선무효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문 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총선 지역구 출마자 오찬간담회장에 취재진이 몰리자 돌연 불참했으며 오후 당 회의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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