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대회 첫 참가..24일 개막 토마토오픈에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골프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 서이남(21.지적장애1급)이 처음으로 프로골프대회에 참가해 프로 골퍼들과 어깨를 겨룬다.
서이남이 참가하는 대회는 한국프로골프 코리안투어 시즌 네번째 대회이자 '꿈을 이루어주는 대회'로 명명된 토마토저축은행오픈으로 24일부터 나흘동안 제주시 세인트리조트골프장에서 열린다.
대불대학교 골프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22일 대회장인 세인트포리조트 골프장에서 18홀을 돌며 연습을 하고 나서 "거리가 상당히 길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감만 잘 잡고 어프로치를 잘하면 70대는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문화관광부장관배 골프대회 고등부에 출전해 76타를 때려 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최소 72타에서 1∼2언더 정도는 치고 싶다"며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잘 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최경주 프로를 존경한다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잘 내는 것 외에 더 절실한 소망을 꿈꾸고 있다. 이번 대회가 그의 이름에 담겨 있는 암울한 기억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서이남은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출생한 그는 태어나자 마자 버려져 제주시 홍익보육원으로 입소됐다.
이곳에서는 그는 '서귀포에서 두번째로 온 남자아이'라는 뜻의 '서이남'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그는 이후 홍익보육원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2001년 충북 옥천의 아동보육시설인 영실애육원 할렐루야골프단을 이끌고 있는 백성기(56) 목사를 만나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홍익보육원 원생들로 구성된 할렐루야골프단 2팀에 속해 있던 그는 2003년 백 목사를 따라 영실애육원으로 가 계속해서 골프를 하며 장애와 끝임없이 싸우고 있다.
18세가 넘어 보육원 생활을 못하게 된 그는 현재 백 목사의 집에서 살며 대학에 다니고 있다.
이 같은 아픈 기억을 간직한 서이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사연이 알려지면 혹시라도 부모님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
백 목사는 "꾀를 부리고 말을 안들으려고 할 땐 속상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골프도 열심히 하고 있다"며 "긴장을 많이하면 간질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이남은 할렐루야골프단을 소재로 버려진 아이들의 사회 도전기를 담은 영화 '꿈은 이루어...'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khc@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