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는 시간 두고 검토"..경영권 위협 '이상無'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삼성그룹이 22일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한 것은 2006년에 개정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되 지주회사로 전환은 시간을 두고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 순환출자 비난 피하기 = 삼성그룹은 이날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며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전자로 순환되는 순환 출자 구조 중 핵심 고리를 끊겠다는 의미다.
금융업계는 삼성그룹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며 순환출자 구조를 끊을 수 있는 방안으로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매각을 제시해왔다.
삼성카드는 에버랜드의 지분 25.6%를 보유중이다.
2006년 개정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삼성카드가 보유중인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20.6%를 5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순환출자 구조는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하거나 부실화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 지주회사 전환은 '아직' = 삼성그룹은 그러나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삼성그룹은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20조원 이상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도 있다"며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금력 때문에 당분간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그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중심의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와 나머지 친인척, 계열사들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60%를 웃돌아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법적 의무사항 준수 불과" =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순환출자의 고리를 해소할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하다"며 "삼성이 발표한 여러 방안들이 조속히 시행돼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2006년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에서 규정한 시정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마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인 양 속이고 있다"고 논평했다.
참여연대는 "순환출자 해소나 대안으로 거론되는 지주회산 전환과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표명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금산법이 규정한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정도로 봐달라"며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매수자 선정 등 복잡한 문제가 있는 만큼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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