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이건희 회장의 퇴진이 포함된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이 불확실성 확대 측면에서 그룹 계열사 주가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동반 퇴진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도 해제될 경우 그룹 경영의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전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중립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삼성그룹株, 대체로 약세 = 22일 개장 초 혼조를 보이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그룹차원의 쇄신안이 발표된 이후 하락세가 우세해졌다.
삼성물산[000830]이 9.01% 급락 마감했으며 삼성SDI(-2.21%), 삼성엔지니어링(-3.95%), 삼성전기(-0.91%), 삼성증권(-4.78%), 삼성화재(-3.30%), 제일모직(-3.77%), 호텔신라(-7.41%), 삼성테크윈(-1.83%), 삼성중공업(-0.88%), 에스원(-1.48%)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대체로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다만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0.15% 상승했고 삼성카드(1.27%)와 제일기획(2.72%), 크레듀(2.73%) 등 일부 계열사는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그룹은 ▲ 이건희 회장 퇴진 ▲ 전략기획실 해체 ▲ 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퇴진 ▲ 순환출자 구조 해소 ▲ 비은행 금융업에 매진 등을 내용으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이 회장의 퇴진이 포함된 경영쇄신안이 예상을 넘어서는 강도 높은 처방이라며 경영 불확실성 측면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경영진의 퇴진으로 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도 "기업의 펀더멘털 측면에선 별반 달라질 것이 없지만 삼성그룹의 리더십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악재"라고 진단했다.
◆계열사별 명암 엇갈릴 듯 =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경영쇄신안에 담긴 내용과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계열사별로 주가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당장 추진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비금융 지주회사 전환 기대로 주가가 오른 삼성물산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카드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이 회사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4~5년 내에 처분할 것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지분가치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성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고 비은행 금융회사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성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의 은행업 진출이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이번에 공식화함에 따라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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