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CCO.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수업의 첫발을 내딛던 2001년 모습으로 일단 되돌아간다.

이 회장과 '삼성 2인자'로 통하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깔려있는 22일 삼성의 쇄신안이 이 전무에 내린 지침은 한마디로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쇄신안은 이렇게 적었다.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의 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전무는 2001년 경영수업을 본격 시작할 때 이 회장의 두가지 '조언'을 새겨넣어야 했다. 하나는 '현장경영'이요, 나머지 하나는 '경청'이었다.

당시 상무보 '계급장'의 이 전무가 첫해 가장 먼저 브라질 마나우스 전자 복합단지를 방문한 것은 그래서였다. 상파울로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을 달려야 있는 밀림지대의 공장에서 임직원들과 부대끼면서 현장을 배우고 경영을 파악하며 문화를 익히려 한 취지였다.

이 전무는 추석 등 주요 연휴기간에도 동남아 등지를 돌면서 '글로벌 삼성'의 후계자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 점에서 이 전무에게 이날 퇴진을 선언한 이 회장이 던진 특명은 '경영수업 2라운드를 치르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이 전무는 이번 특검에서 e삼성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기에 어떤 면에서는 발걸음이 가벼운 측면도 없지않다. 그러나 삼성집단이 '제3창업'에 준하는 변곡점을 맞은데다 쇄신을 논하는 마당에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뿐더러 경영능력 검증이라는 시험을 더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이 전무는 2001년 3월 상무보를 거쳐 2003년 2월 상무에 올랐고, 작년 1월 현직인 전무로 승진하면서 여느 임직원과 다를 바 없는 정규 코스를 밟았다. 장차 직급 근속연한에 원칙적으로 구속받지 않는 부사장 승진 또는 부사장 승진없이 적지않은 재계 2,3세들의 승진 직급인 부회장으로의 '도약'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학수 부회장은 이날 이 전무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이 전무는 5월 삼성전자 인사에서 직책 등이 정해질 것"이라면서 "이 전무는 현재 경영수업 중이며, 승계 문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나아가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삼성 밖 시각을 삼성 수뇌부 역시 나름대로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전무의 5월 부사장 승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삼성맨들이 많다. 삼성 쇄신안 수위에 대한 일부 비판론이 없지않고 쇄신안 이행 추이에 대한 여론 동향도 감안해야 한다고 볼 때 그것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전무는 따라서 당분간 현장 경영수업에 몰두하면서 이 회장의 재판 결과와 삼성 쇄신안 이행에 맞물린 삼성의 새로운 경영체제 안착 흐름을 지켜보는 동시에 지배구조 다듬기 과정 등을 거쳐 '넉넉한 시간을 두고' 전면에 나서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6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가 된 이 전무가 순조로운 현장경영 체험과 이 회장의 카리스마에 버금가는 지배능력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논란의 '장벽'을 넘어서 삼성의 차세대를 이끌 역량을 닦을 지 주목된다.

uni@yna.co.kr

(끝)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