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22일 삼성그룹 쇄신안 발표와 함께 물러난 삼성맨은 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 등이다.
◇ '삼성 2인자' 이학수 부회장 = 이학수 부회장은 1997년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에 오른 이후 10년 이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아 해오며 '이 회장의 오른팔', '그룹의 2인자'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사제단의 폭로 이후 그룹이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전략기획실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됐고 결국 인적 쇄신의 꼭대기에서 옷을 벗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와 안기부 'X파일' 등의 굵직한 사건에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그룹의 2인자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도 이번 특검 정국은 피해가지 못했다.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이 된 이 부회장은 1982년 이병철 선대 회장의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된 후 20여 년 이상 삼성그룹 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등에 업고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특히 1997년부터 지금까지 11년 간은 이 회장의 비서실장, 그룹 구조본부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실질적인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도맡아 왔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중반에 진행된 범(凡) 삼성가의 계열 분리와 이후 발생한 외환위기 및 재계 빅딜 등 그룹의 운명이 달린 큰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이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 왔다.
특히 그는 외환위기로 그룹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빛이 강할수록 그늘도 짙은 법일까.
자신의 막강한 권력 때문인지 그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과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등 그룹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배후 인물로 지목돼 의혹의 중심에 섰다.
결국 이 부회장은 특검에 의해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됐고 삼성그룹 쇄신안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 삼성그룹 '곳간 지기' 김인주 사장 = 이 부회장과 함께 퇴진하는 김인주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 내 최고 실권자로 통한다.
김 사장은 1980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90년부터 그룹 비서실에서 줄곧 재무를 담당하면서 그룹의 '곳간 지기'로 입지를 굳혔다.
김 사장은 외환위기 시절에는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강력한 그룹 구조조정을 단행, 삼성그룹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김 사장이 이끈 그룹 재무팀은 외환위기 때 전 계열사를 샅샅이 뒤져 각종 부실과 문제점 등을 찾아내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지휘하면서 능력을 발휘했다.
또 CJ와 신세계, 한솔 등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될 때에도 대주주와 계열사간 복잡하게 얽힌 지분 관계를 말끔히 정리한 것도 그의 공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김 사장은 1997년 이사부터 98년 상무, 99년 전무, 2001년 부사장, 2004년 사장 등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삼성그룹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린 만큼 그룹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학수 부회장과 함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됐고, 결국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이어진 특검 수사의 여파로 인해 '낙마'하게 됐다.
◇ '유탄' 맞은 배호원, 황태선 사장 =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은 1974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줄곧 삼성에 몸담아온 `삼성맨'이다.
1993년 삼성화재로 옮기면서 관리담당 이사보와 이사에서 시작해 경영지원실장,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까지 올랐다. 삼성화재 사장 직전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도 재직했다.
그러나 결국 그도 이번에 특검 수사의 유탄을 맞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특검 수사 결과 황 사장이 경영지원실장으로 있던 시절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지급 보험금으로 9억8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1977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재직하다 1988년 삼성생명으로 옮겨 기획관리실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에는 삼성투신운용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 1월부터 삼성생명 자산.법인부문 총괄사장을 역임한 후 2004년 5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돼 지금껏 일해왔다.
삼성증권 사장 재직 시에는 향후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자산관리 부문의 중점적인 육성과 수익원 다각화에 힘썼으며,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고객예탁자산 1위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재무 전문가로서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전용배 상무, 고 박재중 전무 등으로 이어지는 핵심 라인에 관여한 의혹을 받아 이번에 사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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