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非)은행 금융업 확장 꾀한다 = 삼성은 이날 쇄신안에서 삼성생명, 증권, 화재 등 금융사에 대해서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오직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기업으로 키우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나아가 "사외이사들은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거 정권이 앞세운 금산분리 정책과의 결별 수순으로 가는 마당에 삼성에 쏠려온 은행업 진출 의혹을 차단하고 비은행 금융업 육성에 주력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아닌 대목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재용 전무 →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삼성카드, 삼성물산) →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출자 구조에서 핵심 고리 중 하나인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을 4-5년내 매각하기로 한 것은 차후 그룹 계열분리나 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예비수순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에는 20조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으로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해 그룹 계열분리나 지주회사 전환 등은 중.장기 과제로 정리되면서 적지않은 기간 과도적인 상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이 회장 차명계좌 향배는 = 이 회장은 특검 수사에서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명의신탁해둔 재산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해를 구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돈을 이 회장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수있는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조세포탈과 연루돼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그 정확한 규모를 알 수가 없지만 이를 포함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 4조5천억원 가량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액수가 될 것이기에 이것을 이 회장이 어떤 공익 분야에 쓰게 될 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 측은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도록 준비하겠다"고 이학수 부회장과 사장단협의회, 이수빈 회장 등의 차후 결정으로 그 방향이 잡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 오너가족 동반 '후퇴' = 이번 쇄신안은 이 회장의 퇴진에 더해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사임, 아들 이재용 전무의 고객총괄책임자(CCO) 사임 등 오너일가의 동반 퇴장을 담았다는 점에서 삼성 임직원들에게는 오너가족의 수난으로 비쳐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쇄신안이 그동안 각계에서 제기돼온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여론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다보니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면서 "삼성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과연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경제 살리기를 해낼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쇄신안 자료 말미에 "오늘 발표한 것으로 삼성의 쇄신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시작일뿐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고칠 것이 있으면 적극 고쳐나가겠다"며 삼성의 이번 쇄신노력의 '진정성'을 헤아려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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