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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팔레스타인 정파인 하마스를 접촉해 확인한 하마스의 분쟁 해결 방안이 현실화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0년을 끌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중재자로 나선 카터는 21일 예루살렘에서 9일 간의 중동 순방 일정을 마치면서 하마스의 평화구상을 공개했고,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칼리드 마샤알이 이를 확인했다.

◇하마스는 뭘 원하나 = 하마스는 1987년 팔레스타인인들의 제1차 반(反)이스라엘 점령 투쟁(인티파다)이 시작되면서 저항조직으로 태동해 2006년 1월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한 뒤 제도권 내의 정치세력으로 변신했다.

하마스가 이번에 카터의 중재활동을 계기로 밝힌 분쟁 해결 방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방안은 하마스가 자치 정부를 이끄는 제도권 조직이 되면서 채택한 원칙이었다.

조직 강령에 이스라엘 파괴를 명시한 하마스의 근본 목표는 1948년 건국된 이스라엘의 영역이 된 팔레스타인 땅을 모두 수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제도권 조직이 된 후 조직 강령을 그대로 둔 채 이 목표를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로 수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되 그 기준 시점을 1967년에 맞추자는 것이다.

카터를 중재자로 받아들인 하마스는 이번에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18∼19일 카터를 2차례 만나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 방안을 논의한 마샤알은 21일 다마스쿠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양측이 휴전(후드나)을 통해 공존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3차 중동전쟁 직전의 경계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1차 휴전 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이를 계속 연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 주장 줄곧 외면 = 하마스가 총선에서 압승해 자치정부를 주도하는 세력이 됐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대화를 계속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인정해 대화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생존권 인정, 폭력투쟁 포기, 기존 협정 준수 등 크게 3가지를 내세웠다.

이들 요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판을 짜 나가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에 1967년의 경계에 기초한 완벽한 독립국가를 이루려는 하마스의 입장에선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들 요구를 모두 거부했고, 결국 이스라엘의 강력한 봉쇄 제재에 시달리던 하마스 주도 내각은 지난해 6월 내분으로 붕괴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견제 세력으로 지지해 온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하마스 내각을 해산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은 하마스 지지파와 압바스 수반이 주도하는 세력으로 쪼개지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실효적인 평화협상은 더 어려워졌다.

◇`카터의 해법' 실현 가능성 있나 = 이런 가운데 이뤄진 카터의 하마스 접촉은 이스라엘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내의 당당한 정치세력으로 국제사회에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카터의 해법'으로 포장된 하마스의 요구에 국제적인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해 온 미국의 그간 행태를 고려하면 카터의 해법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마스 요구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 전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의 22%를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로 인정하라는 것이고, 이스라엘은 이 22%의 지역을 고스란히 내줄 계획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온건파인 압바스 수반 진영과 평화협상을 시작한 이후에도 반환 대상인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의 유대인 정착촌에 수 천 가구의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는 등 일부 점령지를 영구 점령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을 3차 중동전쟁 직전의 경계대로 반환하라는 하마스의 요구 수준에 맞춰 내줄 가능성이 거의 없고, 하마스는 그런 이스라엘을 굴복시키기 위한 투쟁을 접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해법으로 새삼스레 부각된 하마스의 제안은 결국 이스라엘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생명력을 갖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parksj@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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