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제일화재를 인수.합병(M&A)하려는 메리츠화재의 시도가 결국 한진그룹과 한화그룹 간 `가문의 대결'로 비화했다.
제일화재의 최대주주 김영혜 씨의 동생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측이 21일 `백기사'를 자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역시 "인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지분 매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치열한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 한진家 vs 한화家 결국 `격돌' = 한화그룹 쪽에서는 한화건설을 중심으로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리조트, 한화테크엠 등이 나서 제일화재 지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맞서 메리츠 측은 일단 메리츠화재와 종합금융, 증권 등 조정호 회장(고 조중훈 회장의 4남)이 소유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들이 1차적으로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질 경우 조남호 회장(차남)의 한진중공업 계열사 등이 추가로 뛰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한국종합기술(2.22%)과 한일레저(0.93%)가 제일화재 지분을 일부 사들여 이 사안에 발을 담근 상황이다.
결국 `김영혜 씨-김승연 회장 대 조남호-정호 회장'의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한화 측은 "시장에서 최대주주(김영혜 씨) 수준의 지분을 인수해 제일화재를 계열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의 지분이 20.68%이므로 20% 안팎을 사들여 보유 지분을 두 배 수준인 40%로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메리츠 측은 일단 목표 지분을 30%로 잡았다. 현재 11.465%를 확보했으므로 역시 20% 안팎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주력이 될 메리츠화재는 자회사 규정(15%)을 넘지 않는 14.99%까지(현재 4.11%)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한화 측이 `40%'를 내건 만큼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목표치를 높여야할지도 모른다.
양측은 모두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양쪽 모두 승인하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장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누가 더 높은 주가를 제시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매입 주가는 수정이 가능해 `무한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양쪽 다 `자금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가 승자가 되건 출혈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먼저 주사위를 던졌던 메리츠 측은 한화 측의 대응에 다소 당황하는 기색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제일화재 발판 삼아 업계 2위권으로" = 메리츠화재와 한화그룹은 모두 제일화재를 인수해 모두 손해보험업계 2위권으로 뛰어오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손보업계는 매출(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30% 수준인 삼성화재에 이어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이 15% 안팎으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M&A 대상이 된 제일화재는 6위 규모(매출 1조1천억원.시장 점유율 3.5%)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한화 측은 장기손해보험이 강한 한화손보(8위)와 제일화재를 합칠 경우 기업 문화가 친숙한 점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장기적으로 2위권에 오르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다만 한화손보는 매출 8천503억원, 시장 점유율 3.0% 규모여서 당장엔 두 회사를 합쳐봐야 6위 수준이다.
메리츠화재는 5위(매출 2조5천억원.시장 점유율 8.1%)인 자신들과 합쳐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합병은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M&A로 시너지가 창출되려면 한 기업은 우수한 경영 지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계열사 자금으로 제일화재를 매입하면 계열사 주주는 물론 일반 소액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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