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당권 투쟁이 불붙은 통합민주당내에 중도개혁, 실용진보, 중도진보, 당의 현대화 등 다양한 키워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안야당으로서의 새로운 노선 정립을 내세워 백가쟁명식 정체성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
지난해 구 민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이낙연 의원은 21일 자료를 내고 "왼쪽, 오른쪽을 먼저 따질 게 아니라 서민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가야 한다"며 `실용진보'의 개념을 제시한 뒤 "어느 한 쪽으로만 지지층을 넓혀서는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없다. 지지층을 좌우로 넓히는 게 당의 숙명"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 입성과 원내대표 출마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러면서 "총선의 참혹한 패배를 딛고 광범위한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다른 정파의 협력을 얻어야 하며, 당 지도부도 다른 정파에서 신뢰하는 인물들로 짜여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호남만으로는 안 되지만, 호남 없이도 안된다. 지금은 출신지역을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번 전대는 당의 현대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현대화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시절까지만 해도 분배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한다"며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의 `진보'와 선을 그은 뒤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채워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대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구 민주계의 박상천 대표도 "국민들도 경제성장과 소외계층 보호를 함께 추진하는 중도개혁 노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대에서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돼야 한다"며 연일 중도개혁 주의를 외쳐왔다.
반면 개혁 성향의 중진인 천정배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이념 지향을 `중도 진보'로 규정, "한나라당의 친(親)기업 노선과 분명히 차별되는 노선을 택해 서민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이번 전대는 단순한 당권 투쟁이 아닌 중도 대 진보의 경쟁구도가 돼야 한다"고 선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세균 의원은 야당으로서의 `정책능력'과 `투쟁능력', 추미애 전 의원은 `야당다운 야당', 박주선 전 의원은 `세력교체를 통한 임무교대'를 각각 핵심 워드로 강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소모적 노선 투쟁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탈(脫)이념을 새로운 가치로 내세운 경우도 있다.
386 그룹의 손학규계 인사인 송영길 의원은 "야당으로서 견제세력이 되는 당만으로는 부족하고, 분명한 대안을 만들어 그 대안이 현장에 투영되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 앉아서 진보니 아니니 싸울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경우 표방하고 있는 단어만 서로 다를 뿐, 내용 면에 있어서는 뚜렷한 차별화 없이 아직 구체적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노선 정립 작업이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전대에서의 정체성 논쟁은 각 진영이 내세운 노선 자체 뿐 아니라 정파별 이합집산 추이에 따라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창당대회에 준하는 전대라는 점에서 각 진영마다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제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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