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신경전..후쿠다, 6월 실무협의 재개 요청
(도쿄=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이승관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추진 여부를 놓고 적잖은 신경전을 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후쿠다 총리는 3번이나 FTA의 필요성을 거론한 반면 이 대통령은 `실질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것으로 즉답을 피해갔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큰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한일 관계의 신(新)시대를 설명했고, 후쿠다 총리는 일본에서 흔히 이웃의 친근감 있는 대상을 지칭하는 `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만큼 좁은 강)'라는 말로 응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영욕의 역사가 있었지만 미래를 향해 나가자"면서 후쿠다 총리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 대목에서 FTA 안건을 꺼냈다. 일본에서는 FTA 대신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라는 용어를 쓴다. 후쿠다 총리는 "EPA가 무역 투자 확대와 양국의 경쟁력 강화, 지역의 경제연대 촉진 등 다면적 의미가 있는 만큼 6월 중에 실무협의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재계 거물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일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테이블'에서 경제협력에 관한 5개 항의 합의문이 채택된 것을 언급하며 "실질적인 경제협력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만 했다. "이 대통령이 실질적인 협력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이는 후쿠다 총리의 FTA 요청에 즉답을 피한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설명했다.
이에 후쿠다 총리가 다시 "기업 간 협력 촉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EPA 실무협상 재개가 필요하고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거듭 채근하자 이 대통령이 마침내 "양국 이익을 위해서 EPA 체결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일적자 해소를 위해 부품산업(협력)의 성공적 결과가 필요하며 이게 곧 EPA의 첫걸음"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북핵 사태와 관련해 방미 결과를 전한 뒤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며 나아가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에 공감의 뜻을 피력하고 "북한을 설득할 때 북핵 사태가 해결되고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면 일본도 보너스를 줄 수 있다고 얘기해 달라"고 거듭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재일교포에 대해 지방 참정권을 빨리 줘야 한다"고 요청한 데 대해서는 후쿠다 총리가 농담조로 "국가제도와 관련된 골치 아픈 사안"이라고 해 웃음이 일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대신 후쿠다 총리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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