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원론적인 문제에 대해 일본 천황이 굳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씀드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한국 방문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천황'이라고 지칭했고 이날 오후 면담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인 지 "방문을 앞두고 (한국 방문여부를)사전에 이야기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대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호칭 문제에 대해 "상대국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정부는 일본에서 부르는 '천황(天皇.일본발음은 '덴노')'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면서 "특히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천황이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의 아키히토 일왕 방문에 대해서도 '면담'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천황에 대해서는 그 동안 여러 번의 방한 초청이 나간 것으로 안다. 적절한 시기에 논의가 되고 천황의 방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인 2월1일 서울에서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일왕의 한국 방문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직후의 기자회견 내용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여기에 아키히토 일왕도 취임식 직전인 2월23일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취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당시 "일왕의 축하메시지는 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는 없던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12월 "내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며 일본 '천황가'가 백제 계열이라고 기자회견 석상에서 밝힌 적도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 문제는 거론돼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김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해 일왕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공식 요청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역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불편해짐에 따라 방한이 실현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초기에도 일왕 방한 문제가 간헐적으로 논의되긴 했지만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드디어 일왕 방한이 성사될 여건이 무르익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방 60주년을 맞은 올해 일왕이 방문할 경우 새로운 한.일 미래관계 설정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제반 상황을 감안할 때 일왕의 방한이 조기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과거사 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응어리가 남아있는 한국내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이 과연 진정으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일왕의 방한이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여기에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이 최근 좋지 않다는 점도 방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lwt@yna.co.kr
(끝)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