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 크기의 기억장치가 한 사람의 평생에 벌어지는 모든 장면을 고화질 화면에 기록, 저장할 수 있는 날이 장차 20년안에 도래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1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과학자와 심리학자, 신경과학자들이 참
석한 가운데 영국도서관에서 전날 개최된 `평생의 기억(Memories for Life)'이라는
회의에서 이러한 미래상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컴퓨터 처리용량의 어마어마한 증가와 개인정보 대량수집으로 인해
초래될 결과를 놓고 이제 정부와 사회가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고 지적했다.
회의에서는 눈부신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교육, 범죄예방 등에서 긍정
적인 진전이 이뤄질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던 반면 의료, 재정 및 디지털 기록과 결
합된 `인간 블랙박스'가 출현하면서 사생활은 없어지고, 국가의 개인생활 간섭이 엄
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대두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영국컴퓨터학회 회장인 나이젤 셔볼트 사우샘턴대학 교수는 "20년 후에는 평생
을 고화질의 디지털 비디오로 기록하는게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이런 일은, 벌어질
지 아닐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하이스트리트에서 살수 있는 랩톱 컴퓨터 1대에는 80기가바이트(GB) 가량
의 정보 저장이 가능하다. 1시간짜리 고화질 비디오 화면을 저장하려면 12기가바이
트(GB)가 필요하다.
셔볼트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
개월마다 거의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소개하면서 고화질 비디오로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데 5.5페타바이트(PT.1PT는 100
만GB)가 필요할 것으로 계산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컴퓨터 처리용량의 증가는 `전자 진료(ehealth)'의
발전을 불러와 의사들은 심박, 혈당 등 생체자료를 모니터하는 기기로부터 정보를
얻을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 시대가 오면 유통업체들은 고객우대카드를 이용해 고객의 취향에 대한 정
보를 과거보다 훨씬 더 뽑아내려고 할 것이고, 자서전이나 역사책을 쓰려는 작가와
역사학자도 주요 인물에 대해 훨씬 광범위한 정보를 얻을수 있을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미국의 싱크탱크인 `네트워크화된 정보 연합'의 클리프 린치 회장은 이
와 동시에 국가의 간섭 정도가 엄청나게 확장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술적인 면
에서 `유모국가(정부가 개인생활을 보호.통제하는 의미)'로 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고 우려했다.
그는 하루에 3번씩 술을 함께 마시고, 잘못된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오늘은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다"거나 "넌 절대로 은퇴하지 못할껄"이라고
시시콜콜하게 참견하는 친구와 붙어지내다, 문을 열면 "오늘 벌써 맥주를 마셨으니
한 병 더 마실수 없는데요"라고 말해주는 `똑똑한 냉장고'와 함께 하루를 마치는 격
이라면서 "이런 류의 세상을 사람들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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