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올해 한 해 동안 벌인 문화예술, 경제, 학술 등 다양한 행사가 영국인들이 조금씩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올해를 '한ㆍ영 상호 방문의 해'로 정하고 영국에서 한국 알리기 작업을 일년
내내 총 지휘한 조윤제 주영 한국대사는 13일 한국을 중국이나 일본의 아류 국가쯤
으로 알고 있는 영국에서 2006년이 한국을 알리는 귀중한 한 해였다고 밝혔다.
13일 크로이든에서 국립국악원의 공연을 마지막 행사로 폐막한 `한ㆍ영 상호 방
문의 해'는 특히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로 영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인지도를 높이
는 데 기여했다.
올해 에든버러 축제와 런던 피콕극장에서 갈채를 받은 비언어극 '점프'는 영국
왕실의 연례 행사인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에 초청받아 찰스 왕세자 부부의 찬
사를 받았다. 한국판 셰익스피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과 '한여름 밤의 꿈'은 콧
대 높기로 유명한 바비칸 센터에 입성했다. 한국 사물놀이의 스타 김덕수씨도 내한
해 공연했고, 세계적인 명성의 연주자인 정명훈, 장영주, 장한나, 조수미씨 등이 런
던의 무대에 섰다.
아시아에 이어 영국에서도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기획한 한국영화제 2006
는 영국에서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 한국영화팬들을 끌어모았다. 현대미술의 중심지
인 런던에 한국 현대미술 작가를 알리는 전시회도 열렸고, 우리 현대 도자기가 본함
스 경매장에 처음 진출해 다 팔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 금융기관이 런던에 진출한 지 40여 년 만에 한국과 영국
의 금융인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한ㆍ영 금융인 친선의 밤'이 열렸다.
또 BBC는 한국의 IT 발전상을 3부 특집물로 만들어 방영했고, 더 타임스는 한국
의 문화를 소개하는 12면짜리 특집판을 제작하기도 했다.
조 대사는 "이런 행사들을 통해 영국의 문화예술계와 금융계를 움직이는 인사들
과 친분을 쌓고 인맥을 구축한 것이 또 다른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후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모두 핵 문제로 쏠려 안타까웠
다"는 조 대사는 앞으로 일본, 중국에 비해 떨어진 한국학을 영국에서 진흥하고, 영
국 내 한국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올해의 성과를 기반으로 내년에 런던 시내에 한국문화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면 좀 더 본격적으로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ㆍ영 상호 방문의 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양국 국빈 방문시 정상간
합의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대사관 개설 50주년을 맞는 주영 한국대사관이 배턴
을 이어받아 한국에서 영국을 알리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인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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