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여론수렴 차원에서 마련한 설문조사는 당의 위기진단, 진로, 전당대회 개최방식 등을 포함해 모두 7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친노그룹에서 주장한 비대위 해산 여부를 묻는 질문이나 당청관계의 방
향에 대한 직접적 질문은 제외됐다. "당내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문항은 배제했다"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7개 문항 중 3개 문항은 순수 주관식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4개 문항은 선택
예시를 든 뒤 기타 의견을 기재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이중 우리당 위기의 원인과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당이 현재와 같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리당 발전을 위한 고견이 있으면 말
해달라'는 내용으로 2개의 주관식 문항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1개의 객관식 문항으로 구성됐다.
▲우리당을 정비하고 유지하는 방안 ▲당명 변경 등 재창당 방안 ▲당내외 세력결집을 통한 통합신당 창당 ▲기타 등 4개 선택사항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 것.
지금까지 연합뉴스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는
통합신당 추진쪽이 60-80%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조사를 통해 그같은 결과가 재확인될 경우, 신당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개 문항은 모두 전대와 관련된 내용이다.
우선 전대 지도부 구성방법으로 ▲경선을 통한 구성 ▲의총합의 후 전대 추인
▲기타 중 하나를, 전대 개최시기로는 1월, 2월, 기타 중 하나를 선택토록 했고, 차기 전대를 현 비대위가 준비할지, 별도의 준비기구를 구성할지도 별도로 물었다.
그러나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의 성격에 대해서는 ▲재창당이나 신당창당 등
당의 진로 결정 ▲신임 지도부를 선출해서 당의 진로 등 전권을 위임 ▲지도부 선출
대신 통합수임기구 구성 등 당내 여러 의견을 소개한 뒤 주관식으로 서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비대위원은 "전대의 성격을 놓고 객관식으로 포괄하지 못할 만큼 다양한 의
견이 개진되고 있어 주관식을 택했다"며 "최대한 객관성을 꾀했고 비대위원간에도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설문구성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문항의 경우 친노그룹들이 공정성 시비를 걸 소지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우리당의 진로를 묻는 질문의 경우 재창당, 통합신당 등 찬반이 구체적
인 수치로 드러날 수 있는 문항이어서 비대위가 통합신당론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적인 수순을 밟았다는 친노진영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전대 지도부 구성방식 역시 통합신당파 의견인 합의추대론의 경우 `의총에서
합의해 구성안을 제시하고 전대에서는 추인여부를 결정한다'로 상세하게 설명돼 있는 반면, 친노그룹이 주장한 `선명한 노선투쟁을 통한 경선'은 `경선에 의해 구성'이라고만 제시된 부분도 논란이 있는 문항이라는게 친노그룹측의 주장이다.
한편 여론조사 실시에 반대해온 참정연,의정연 등 친노그룹은 설문조사에 대한
집단 거부 입장을 공식화 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나 상당수 친노그룹 의원들이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추후 조사 결과의 대표성 인정 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金亨柱) 의원은 "설문 내용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
다"면서도 "다만 당의 진로를 객관식으로 묻는 질문 등에는 선택적으로 보이콧 할
수 있고, 또 설문 자체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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