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이 13일 차기 6자회담에서 한국이 맡을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고 북한 핵폐기에 대한 나머지 회담참가국들의 상응조치가 탄력적일 수 있음을 언급해 그 의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갖고 "한국
이 가진 입지를 바탕으로...회담의 진전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질의 응답때 "북한의 핵폐기 과정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단계
에 들어간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탄력적으로 취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적 역할'과 `탄력적 상응조치'라는 두 키워드는 이번 회담의 최대 목표인
북핵 폐기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자산'의 내용 및 활용시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가 보유한 `자산'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후 중단한 대북
식량.비료 제공 복원 문제와 정부가 기안한 `포괄적 접근방안'등일 것이라는게 전
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정부는 북한 핵폐기 이행에 대한 상응조치와 관련, 쌀.비료 제공 재개 문
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회담에서 북한이 수용할 이행조치와 나머지 5개국의 상
응조치간 균형점을 찾는 협의 과정에서 쌀.비료 제공 복원 카드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쌀.비료 제공 재개는 반드시 미국 등 관련국과의 의견조율을 거쳐야 함은
물론 국내 여론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사용 가능한 카드지만 어쨌든 한국 입장에서
나름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중요한 소재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차기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도출된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북한이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에 대한 가동중단(동결) 및 가동중단 확인을 위한 사찰
을 수용하고 관련국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한편 북미 관계정상화와 관련된 일부
조치를 취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8~29일 베이징 북미 회동에서 영변 5MW원자로 가동중단-사찰 허
용-핵프로그램 신고 등을 핵심으로 하는 초기 이행조치를 제안했지만 우라늄농축프
로그램(UEP) 현황, 보유 핵무기 상황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 `신고'까지 첫단계에
서 합의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또 북한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아이템은 중유로 추정되고 있지만 클린
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도출된 `북미 기본합의'의 핵심인 `동결 대 중유제공'의
구도는 현 부시 행정부가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관련국들은 북한이 `신고' 이전의 단계인 동결 및 사찰까지 이행키로 할
경우 인도적 지원 정도는 가능하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동결 및 사찰까지가 차기 회담의 적절한 목표이며, 그 목
표치에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면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쌀.비료 제공 복원 문
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송 장관이 이날 "상응조치가 탄력적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 입장
에서 북한이 약속할 핵폐기 이행의 수위에 맞춰 쌀.비료 제공 복원 문제를 관련국들
과 함께 탄력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쌀.비료가 `하드웨어 카드'라면 우리 정부가 지난 9월 한미 정상회담때 제기한
`포괄적 접근방안'은 우리의 `소프트 웨어'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관련국들과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 이
행을 촉진시키기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 협의해 왔다"고 소개해 `포괄적 접
근방안'이 여전히 핵폐기 절차를 논의함에 있어 유용한 제안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
했다.
회담 재개 방안과 함께 포괄적 접근방안의 또 다른 한 축인 `재개시 진전방안'
은 9.19 공동성명의 각 요소별 실무그룹 구성 방안 등 향후 6자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가 지난 10월31일 합의한 금융문제 워킹그룹 구성안도 포괄적 접근방안의
한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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