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高 建) 전 국무총리는 13일 "`깜짝 쇼'식의 토목사업으로 미래와 경제를 개척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미래와 경제' 세미나 격려사를
통해 "전시적, 선정적 사업의 유혹에 빠지면 안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고 전 총리가 언급한 `깜짝쇼식 토목사업'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경
부운하 건설 공약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 전 총리는 유력한 차기 대권레이스 경쟁자인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글로
벌 경제시대에 산업화시대의 토목국가로 가는게 맞는지, 경제적, 기술적으로 타당성
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고 전 총리는 이날 세미나에서도 "나라는 이제 전대미문의 `통치불능'
상태가 됐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연말이고, 전국 어디를 가도 온통 성난 사람들 뿐"
이라며 "노조는 사용주에, 사용주는 노조에,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에, 여당은 대통
령에 성이 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국가 정책의제에 대한 논의가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
고, 정치가 고장난 상황은 정치로 고쳐야 하지만 정책을 논의하는 일도 정치행위"라
며 "중도실용주의의 입장에서 희망한국을 향한 국가의제를 만들려는 노력은 대단히
의미깊고 시의적절한 행동"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자신을 "산업화, 민주화시대를 관통해 나라에 봉직했던 `국민의 종신
공복'"이라고 소개한 뒤 ▲중도실용의 관점 지키기 ▲미래창조적 국가비전 세우기
▲소통과 공론을 통한 국가의제 정리 등 세가지를 `국가의제 논의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고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의 자문조직인 미래와 경제가 발표한 10대 정책과
제가 사실상 대선공약으로 비치는데 대해 "오늘 세미나는 국가의제를 만들어가는
공동노력의 착수를 알리는 자리"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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