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수사기관에 초동수사 부실로 인한 의혹 양산의 책임이 있다며 국가가 유족에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초동수사를 담당한 군사법경찰관은 현장 조사와 보존을 소홀히 하고
주요 증거품을 확보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소대원들의 알리바이 조사도 상당
기간이 지난 후 형식적으로 하는 등 잘못이 적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초동수사는 김훈 중위의 사인을
알아야 될 권리나 명예 등 유가족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
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 수사 기관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했고, 여론의
의혹 제기 후 이뤄진 2차, 3차 수사도 잘못됐다는 유가족의 상고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엔사령부 경비대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JSA 안에 있
는 벙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놓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군은 수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자살로 최종 결론을 냈다.
유가족은 1999년 `국방부 합조단이 공정성을 잃은 형식적 수사만으로 서둘러 자
살 결론을 내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에
서는 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실 초동수사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1,2차 수사도 신뢰성
을 의심받는 등 유가족의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다며 국가가 1천200만원을 지급하라
고 판결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달 11일 "사건 발생 8년여 동안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김 중위 사건의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혀 사인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다시 진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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