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거사 문제 시비 촉각
이명박, 법률지원단 구성 적극 대응
손학규, `여권 영입설'에 정공법
대권행보를 서두르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가 '네거티브 경계령'을 내리고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대선을 1년이나 남겨두고 있지만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큰 타
격을 입었다는 인식때문에 일찌감치 방어 기제를 작동한 것.
이들은 특히 내년초 정계개편이 마무리되면 여권발 네거티브 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로 반박논리와 법적 대응 방안을 짜고 있다.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경보' = 네거티브 공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
고 있다.
최근 여론 지지율 수위를 달리고 있어 당 안팎의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될 것으
로 예상되고 있고 산업화시대 재벌기업 CEO(최고경영자)를 거친 만큼 다른 주자
들에 비해 네거티브 소재도 다양하지 않겠느냐는 추정 때문이다.
이 전 시장측은 지지 율사들의 모임인 '송법회' 소속 변호사 10여명으로 법률지
원단을 구성, 악의적 루머를 퍼뜨리는 네티즌이나 인터넷매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네거티브 대응전략도 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전직 법무부 고위 관료, 특수부 검사 출신 등이 다수 포함돼 있어 웬
만한 로펌 못지 않은 호화진용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은 병역, 재산, 가족, 여권 영입설 등 예상되는 각종 악성루머에
대해 이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네거티브 공세가 주로 사이버공간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고 보고 인터넷
전문가들을 동원, 수시로 웹서핑을 통해 문제성 글을 찾아낸 뒤 IP 추적을 통해
즉각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핵심측근은 "'네거티브는 포지티브로 대응하라'는 선거전략의 원칙에 따라 일일
이 대응하지는 않고 있지만 음해성이 짙은 네거티브는 철저히 응징한다는 방침"이
라고 말했다.
친이(親李: 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
에 "당 지도부, 대선후보캠프, 외부명망가로 구성되는 '네거티브 방지위원회'를 당
내에 설치하자"고 제안, 이 전 시장 보호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주의보' = 기본적으로 흑색선전의 빌미가 별로 없다
는 입장이지만 이 전 시장과는 다른 측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네거티브 공세에 촉각
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악성 루머'에 신경을 쓰는 데 비해 박 전 대표측은 '과거사'와
'여성'에 초점을 맞춰 네거티브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특히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공과와 관련한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지 네거티브 공격의 소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참여정
부 들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살해사건,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사건 등 과거사 규
명작업을 통해 `박정희 흠집내기'가 지속돼왔고 여권이 박 전 대표를 `유신공주'나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하해온 점을 이같은 추정의 근거로 들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여야 대선주자 사이에서 '박정희 따라하기'가 유행이 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만큼 과거사에 대한 네거티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국면에서 반(反) 박정희 정서를 자극하는 강력하고 집요한 신종 네
거티브가 출현할 수도 있다고 판단,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
다.
박 전 대표측은 또 `국가위기 상황에서 여성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여성
대통령 불가론' 역시 네거티브 소재라고 보고 강연 때마다 반박 논리를 내세우는
등 사전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혼이고 자녀가 없다는 점, 다른 주자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사생
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도 네거티브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맑음' = 당내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클린 이미
지'가 있는 데다 지지도도 차이가 나고 있어 지금까지는 네거티브 공세의 타깃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손 전 지사는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등의 화려한 경력을 거치면서도 부정부패,
병역, 여자관계, 재산문제 등 별다른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핵심 측근도 "네거티브 공격을 당할 만한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네거티브 선거전 국면에서도 상처날 일이 없다는 게 손
전 지사의 강점"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 측근은 "약점이 없다는 게 오히려 약점
"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만 손 전 지사측에서도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다. 분배를 중요
시하는 중도개혁 이미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 정체성에는 맞지 않는다는 말
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 여권후보 영입설(說)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그 사람들(여권 인사들)을
모두 이쪽으로 끌어오겠다"고 말하는 등 적극 대처하고 있다.
또 좀처럼 오르지 않는 여론 지지율 때문에 내년 대선은 포기하고 2012년 대선
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손 전 지사가 극복해야 할 네거티브 공세 중 하나
로 분류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이승우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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