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일은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괴팍한 독재자로 인식돼 왔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북한체제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 등을 풀기 위해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진지하고 실질적인 대북포용정책이 필요하다고 미국의 안보전문가가 12일 주장했다.
마이클 마자르 미국전쟁대학 국가안보전략교수는 이날 워싱턴 소재 한국경제연
구소(KEI)에서 발간한 `김정일의 전략과 심리학'이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이같이 밝
혔다.
마자르 교수는 그동안 김정일에 대해선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것처럼 자신의 실
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정도로 `자아도취적인 독재자'이거나 음모로 가득찬 궁정을
거니는 `신(新) 봉건적 유교주의자' 등으로 규정해왔지만 어느 모델도 그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정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이 측근들을 장악하는 방안으로 선물을 주거나 호탕하게 술을 마시
는 것을 거론, 유교주의자 측면에서 측근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독특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정일이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했
을 때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십여개 질문에 거침없이 밝힌 점을 언급, 김
정일은 구체적인 통치행위에도 긴밀히 개입하고 있다고 마자르 교수는 밝혔다.
이어 김정일이 공공 행사에서 자신에게 환호하는 군중들에 대해 납북 영화감독
인 신상옥씨에게 "나는 바보가 아니다. 이것은 거짓쇼"라고 말한 사실은 들어 마자
르 교수는 김정일이 광적인 이념가가 아니라 고집센 생존자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은 자기중심적이고, 비판을 싫어하고 자신의 권력을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고 잔인하지만 자신의 야망의 한계를 충분히 인식할 정도로 자성적이고 정
보를 잘 갖추고 있다"면서 "그는 포용정책에 따른 실질적인 제안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마자르 교수는 강력한 군사적 억제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매
우 진지하고 실질적인 대북포용정책을 펼칠 것을 미국 정부에 제안했다.
특히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독재자 3세대 가운데 건전하고 온건한 정신을 가진
경우가 거의 없는 것처럼 북한 군부 소장파들이 강경노선을 견지할 수 있다면서 "믿
기 어려울 지 모르지만 향후 몇년간 북한의 위협을 완화시켜 나가는데 김정일이 최
선의 방안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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