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꺼리는 대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실종되면서 올해 대기업의 은행대출 잔액
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말 현재 대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26조1천
225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2조5천476억원이 감소했다.
이처럼 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은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신규로 자금을 빌린 것보
다 기존 대출을 갚은 액수가 훨씬 더 많음을 뜻한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은 2002년말 32조951억원을 기록한 후 2003년말 29조1천
497억원, 2004년말 24조7천408억원 등으로 계속 감소했으며 2005년말에는 28조
6천701억원으로 반등했으나 올해들어서서는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2월의 경우 상환만기 수요 등으로 통상적으로 신규대출보다는 기존대출의
상환 규모가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올해말 대기업 대출잔액은 종전 최저치
였던 2004년말(24조7천408억원)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의 경우 12월 한달동안 대기업 대출이 6조1천760억원이 순상환됐으며
2005년 12월의 경우 1조1천12억원이 순상환됐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 올해 40조원 이상 급증한 것과 달리 대기업의
경우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이윤을 빚 갚는데 쓰거나 유사시를 대비해 현금으로 쌓
아두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설비투자 재원을 조달하고자 하는 수요는 물론 운
전자금 수요마저도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말했다.
음식료.화학.철강.전기전자.자동차.통신 등 6개 주요업종의 국내 상위 3개 대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작년말 99.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은행 대출 이외에 기업어음(CP)발행은 2005년 마이너스 상태에서 올해는 11월말
까지 4조4천억원 가량의 순증을 나타냈지만 회사채 순발행은 1∼11월에 2조5천
116억원의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한은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은행의 대기업 대출
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은행 수신의 단기화 현상과 장.단기 금리의 격차가
좁혀지는 현상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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