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여당의 내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6월항쟁 정신을 기치로 새판짜기를 모색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돼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의원이 대표로 있는 `한국적 제3의 길 연구회'는 12
일 오후 국회에서 우리당 의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월 항쟁 20주년 회고와 전
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 포스트포럼' 임채원 대표는 "민주화 세력은 6.29선언 이후
보수적 정치엘리트에게 `때 이른 권력위임'을 했고 그 결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실패했다"며 "이는 결국 민주화 세력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진
단했다.
임 대표는 이어 "정계개편은 6월항쟁 정신을 계승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제도화
에 동의하는 중도개혁 세력의 연합이 돼야 한다"며 "정권창출만을 고려한 무원칙한
정략적 발상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신당+민주당+고건+α'와 같은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은 한국
민주화나 6월 항쟁 정신과 어떤 연관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당내 재야파에 속하는 이인영(李仁榮) 의원도 "무조건 모이자는 차원을 넘어 정
책.이념적 정풍운동을 분명히 하고 통합과 재편의 순서를 밟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 의원은 ▲대북특검 수용 ▲대연정 제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정
계개편 지역주의 회귀논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혼선 등 5가지를 여권이 스스로
위기를 불러온 '전략적 균열'로 꼽았다.
그는 특히 "여권은 전략적으로 불분명하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6월항쟁
당시의 프레임(개념 구도)이 `반독재 민주대연합'이었는 데 현시점에서는 `반보수우
경화 중도개혁대연합' `비신자유주의 신중도연합'으로 지향되고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세력의 결집보다는 오히려 치열한 사상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
도 나왔다. 연세대 양재진 교수는 "과거 스웨덴 좌파가 집권과정에서 치열한 사상투
쟁을 통해 혁명노선과 단절한 사례가 있다"며 "단순한 대동단결이 아니라 미래의 비
전을 제시하고 끌고 가면서 쫓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대결을 통해 정
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특히 대북문제 및 한미관계와 관련, "소위 민족해방(NL)적 사고가 진
보진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평화공존도 중요하지만 인류 보편 가치에 우선할 수 없
는 것"이라며 "운동이 아닌 집권을 꿈꾼다면 극단주의적 활동가가 나타날 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여연대 이태호 협력처장은 한미 FTA를 지지하는 여당의 자세를 강하게 성토했
다. 이 처장은 "FTA를 지지하는 정당은 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며 "대의정치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농민들은 저항하고 있는 데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폭동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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