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정치자금 후원의 활성화, 정책선거의 진흥, 유권자의 투표참여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4년 3월 전면개정된 정치관계법이 너무 엄격해 비현실적인 조항이 적지 않고
오히려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위축시킨다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선후보 정치자금 `숨통' =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정치자금 조달
에 활로를 열어준 부분이 눈에 띈다.
선관위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대선 예비후보들이 당내 경선기간에만 제한적으로
후원회를 둘 수 있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는 현실적인 애로사항을 고
려해 선거일 1년전부터 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의 이른바 `빅3'를 비롯해 여야 대권주자군이 사실상 캠프를 가동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캠프 운영자금의 출처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는 현실적인 어려
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탁금지와 정당의 후원회 폐지 등에 따른 정당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보완책도 마련됐다.
선관위는 정당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계상단가를 유권자 1인당 800원에서 1천
원으로 25% 상향조정했다. 계상단가는 1994년 6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된 후 12
년간 변경되지 않아 조정이 필요했고, 이 경우 연간 70억원(전국 규모 선거가 있는
해는 140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이 더 지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인.단체에 대해서도 선관위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정치자금 기탁이 허용되고,
납세자가 1만원 범위 내에서 납세액을 정치자금으로 낼 수 있는 `정치자금 지정납세
제도(Check Off)'가 추진된다.
이렇게 모인 정치자금은 선관위의 법정기준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된다.
◇정책.미디어선거 강화 = 대선후보가 정책공약집을 작성해 유권자에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해 정책선거를 강화하고, 대담.토론회 불참 후보자에게는 선거비용의 일
부 또는 전부를 보전하지 않음으로써 미디어 선거운동 활성화를 꾀했다.
또 선관위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방송위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언론중
재위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통합한 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선관위 산하에 신설해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한 여론조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여론조사기
관이 사전에 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여론조사계획서를 제출해 심의를 받도록 했다.
갈수록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
한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사전검열의 소지가 다분해 자칫 언론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선거범죄 근절책 신설 = 지난 5.31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종이당원.당
비 임의인출 등 위법행위가 불거졌음에도 마땅히 처벌할 규정이 없어 형법으로 적용
해야 했던 법적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법에 이들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
했다.
또 공천 관련 금품을 받았더라도 정치활동을 하는 자 또는 선거구민이 아닌 경
우 처벌할 수 없었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공천 관련 금품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처벌토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와 함께 선거범죄 자수자에게 형을 감경.면제하는 조항, 50배 과태료 부과대
상자가 자수할 경우 과태료를 감경.면제하거나 오히려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신설해 자수를 유도키로 했다.
◇투표참여 확대 = 대선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시 재외공관원, 상사원, 유학
생, 파병부대원, 여행자 등 해외 체류자들의 국외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선관위는 2003년, 2005년에도 같은 의견을 냈지만 국회에서 처리되
지 못했다.
또 투표 참여자에게 국립공원, 박물관 등 국.공립 유료시설의 이용료를 면제.할
인하는 우대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그러나 투표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제의 경우 투
표율 제고에 대한 정당별 이해득실에 차이가 있는데다 표심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