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진보정당 만들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적 친노 인사인 유시민 의원(경기 고양덕양갑)이 16일 오전 탈당을 선언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 이어 유 의원이 탈당, `유연한 진보정당' 창당 의사를 밝히고, 또 다른 친노 인사인 이화영 의원도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친노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지 주목된다.
또 충청권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손학규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당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탈당 도미노에 따른 신당의 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 의원의 탈당으로 신당 의석은 137석으로 줄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을 앞두고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대의명분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까지 함께 왔지만 지금 신당에는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펼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며 "유연한 진보정치를 하고 싶었으나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이고 노선경쟁을 할 정상적 의사결정 구조도 없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당원임이 자랑스럽지도 않고 좋은 정당이라는 확신도 없는 당에 계속해서 몸을 담는 것이 어떤 대의를 위한 것인 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탈당했을 것"이라고 말해 손학규 대표 선출에 대한 불만이 탈당 배경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달리 사랑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싶다"며 "정체성이 모호한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동지들이 모이면 신속하게 신당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졸속 창당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한을 못박지 않고 차분하게 역량을 모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이 하루 이틀에 가능하지 않은 만큼 일단 무소속으로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말해 창당 시기가 총선 이후로 늦춰질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친노신당'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퇴임하는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당을 만든다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저의 정치적 미래는 스스로 결정하는 게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며 앞서 탈당한 이 전 총리가 중국에서 귀국하는 대로 향후 진로를 상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신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탈당했는데 저는 길게 보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탈당한 것"이라며 "이 전 총리와 함께 진로를 상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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