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양궁이 적절한 바람 대비 전략으로 8년만에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되찾았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양궁 여자개인전이 열린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
사일 양궁장은 강한 바람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특히 4강전이 열릴 때는 과녁을 겨냥한 선수들의 활이 좌우로 흔들릴 만큼 풍속
이 더 세졌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앞서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바람이 많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
았다. 양궁에서 바람은 '변수'를 뜻하는 것으로 변수가 커지면 커질 수록 객관적인
기량의 우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바람에 대한 적절한 전략으로 금메달과 은메달을 한꺼번에 가져
올 수 있었다.
먼저 코칭스태프는 도하 양궁장이 바람이 강하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현지에
도착하기 전 제주도에서 바람 적응 훈련을 마치고 왔다.
루사일 양궁장은 주위에 산이 없이 사방이 탁 트여 바람이 강하지만 한국 선수
들은 연습 라운드 때부터 "바람에 대해서는 제주도에서 훈련을 마치고 와 괜찮
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여자 개인전 4강이 열릴 때는 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박성현(23.전북도
청)과 자오링(중국)은 97점과 90점이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자오링은 4점 한 번에 5점을 세 번이나 쐈고 박성현 역시 5점을 한 번 쏘고 7점
에도 네 번이나 맞추는 등 바람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오선택 여자대표팀 감독은 "바람이 너무 강해 아예 사이드 핀을 왼쪽으로 빼놓
고 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드 핀은 사격의 영점 조준과 같은 것으로 왼쪽으로 많이 뺄수록 화살이 왼
쪽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러나 이 화살은 결국 바람의 영향을 받아 중앙에 꽂히게
되는 이치다.
오감독은 "웬만한 바람이면 약간 오조준을 해서 쏘게 하는데 선수들 심리가 골
드에서 먼 쪽을 겨냥하면 불안해하기 마련"이라며 "아예 조준기의 방향을 조
정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대한양궁협회 서거원 전무이사는 "지금까지 사이드 핀으로 방향을 조절하면서
경기를 할 정도의 강한 바람은 제주도에서 전국체전 할 때 한 번 보고 이번이 두 번
째"라며 카타르 도하의 강한 바람에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으나 이번 바람만큼은
적절한 대비로 오히려 한국에 유리한 여건을 만든 셈이 됐다.
(도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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