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을 둘러싼 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대결이 퇴로를 닫아놓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신당파 중심의 현 지도부가 당 진로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강행하겠다고 결
정한 데 대해 친노(親盧)그룹을 포함한 당 사수파는 이런 움직임을 "전대의 성격을
당 해체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음모"라며 비대위 해체와 중앙위원회의 권한회복을 주
장하며 연대서명 등 실력행사에 나선 것.
친노그룹의 움직임은 비대위 해체를 통해 통합신당 쪽으로 기울고 있는 당내 정
계개편 논의의 물줄기를 친노성향 당원들의 활동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은 중앙위로
돌려놓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로 볼 수 있다.
당내 친노그룹인 참여정치실천연대, 의정연구센터와 당 사수파인 신진보연대 소
속 의원 10여명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대위의 설문조사 강행 방침 확
정에 대해 "당의 정상화를 위한 당원들의 열망을 저버리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며 비대위 해체와 정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선출을 재차 요구했다.
일부 친노그룹 의원들은 오는 14일 실시될 예정인 설문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
장을 밝혔고, 설문조사가 실제 강행되면 2차 당원대회 개최를 추진하는 등 실력행사
에 나서기로 했다.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金亨柱)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문조사
문항 공개를 요구해 내용을 확인한 뒤 문제가 있다면 설문을 거부하는 내용의 참정
연-의정연-신진보연대 연대서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지도부는 전대의 성격을 당
의 해체로 규정하고 통합신당을 정당화하는 수순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0일 당원대회에 김형주(金炯柱) 이광철(李光喆) 유기홍(柳基洪) 의
원과 김두관(金斗官) 전 최고위원, `국참 1219'의 명계남, 이기명씨와 노혜경 노사
모 전 대표 등이 참석한 것도 당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친노그룹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근태(金槿泰) 의장의 측근인 우원식(禹元植) 사무부총장은 친노그
룹의 비대위 해체 및 중앙위 권한 회복 주장에 대해 "전대를 안하겠다는 것도 아닌
데 거기에서 의사표시를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왜 적하고 싸우듯이 그러는지 이
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우 사무부총장은 이어 "결국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만한, 의지의 대상이 될 만
한 정당을 어떻게 만들까인데 왜 그렇게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하다"며 "비대위를 해
체하고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측간 긴장도가 높아지자 김근태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에서 "당 진로에 관한 논의는 지도부가 책임있게 이끌고 갈 것이며 국회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토론할 것"이라며 "당내 토론의 핵심은 상호존중과 신뢰인 만큼 어
느 누구도 불필요한 언사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상호 신뢰와 감정
적인 언행의 자제를 당부했다.
세 대결이 격화되면서 전대가 과연 사전합의를 통해 무난하게 치러질 수 있을
지, 전대 개최 자체가 가능할 것인 지 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전대가 마찰없이 제대로 치러질 지 걱정된다"며 "한 재선의원이
`옛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이기택(李基澤)씨와 결별할 때 세력이 압도적으
로 많았는데도 왜 탈당하는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하더라"며 전대 무산과
사전 결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전대 개최는 노 대통령이 얘기한 대로 되지 않았느냐"면서 "노 대통령
은 김 의장이 (지도부에)있는 한 비대위원들을 청와대에 들어오라고 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우리도 불러도 안 들어갈 것"이라며 청와대와는 계속 거리를 둘 것임을 강
조했다.
전대 개최 전망과 관련, 호남권의 한 초선의원은 "사실상 전대의 원만한 개최는
물건너 간 것 같다"면서 "전당대회라는 게 20,30명만 조직적으로 반발해도 난장판이
될텐데 어제 당원대회에서 봤듯이 1천여명이 나서서 반발하면 정상적인 전대가 가능
하겠느냐"며 무산쪽에 무게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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