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일산 탄현동 주상복합 아파트 고소사건의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탄현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인 K사의 로비 내역이 메모 형식으로 적힌 달력 원
본이 제출됨에 따라 금품로비가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업추진과 맞물린 주거비율상향 조례개정 및 수천억원대 사업자금 대출
과정의 석연치 않은 대목과 문제의 달력에 적힌 메모와의 연결고리를 푸는 데 수사
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11일 이번 사건을 형사1부에서 특수부로 재배당, 로비의혹에 대한
전방위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K사 고문 김모(50)씨 측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달력에 '공무원 O,
금융계 O' 등의 형태로 적힌 글이 10여개 안팎 있었다. 정치인에 대해서는 지금 단
계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정계와 관계, 금융계 유력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연루됐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사건의 규모와 성격상 고소사건을 전담하는 형사1부 소속 검사 혼자
수사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특수부에 재배당했다"고 설명, 이번 사건
을 대형 건설비리로 규정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K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잠적한 K사 대표 정모(47)씨 등
K사 임원 및 주변인물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메모에 적힌 돈과 같은 액수의 돈
이 메모가 적힌 날짜에 정관계 인사에게 건네졌는 지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양시의회가 탄현 주상복합아파트의 주거비율을 70%에서 90%로 높이는 도
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추진한 시기와 메모를 적은 시점이 맞아 떨어지는 지 집중조사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K사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자금을 동원한 경위와 관련, K사에 대출을 해
준 금융업계 관련자들을 소환해 대출심사의 적법 및 외압 여부에 대해 본격 수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검찰은 K사가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매입시 토지주들에게 매입가격을 부풀려 지급
한 뒤 차액을 나중에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한 관계자는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과 같은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건설비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로비 문건이 확보된 만큼 수사는 일사천
리로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 장기수사에 대비하는 한편, 파크뷰 특혜분양사건의 배후인
물로 탄현 주상복합아파트사업을 주도한 K사 대표 정씨가 사건 실체 파악의 핵심이
라고 보고 조기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K사 고문 김씨가)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 없으니까 달력원본을 제출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정씨의 정관계 로비에 김씨는 들러리 역할에 그친 것으로
판단했다.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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